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탄핵을 받게 된 것은 대통령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도 수치이자 불행이다. 이제 국민과 정치권에 던져진 과제는 '탄핵 이후'를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탄핵'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지금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경제'안보'외교의 복합 위기를 감안할 때 탄핵 이후에도 정치권과 국민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엄청난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우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최종 결정할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판단이다. 정치적 판단은 이념적 편향이나 비이성적인 개인적'집단적 호오(好惡)의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국회의 탄핵 결정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법률에 맞아야 한다. 우리 헌법과 법률이 국회가 가결한 탄핵안의 심사 권한을 헌재에 부여한 이유다. 탄핵 절차는 헌재가 종결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국회의 탄핵 결정을 심사하게 된다. 여야 특히 탄핵을 주도한 야당은 이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그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탄핵안 가결 직후 야당은 저마다 헌재의 조속한 결론을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 요청에 응답하라"고까지 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정을 하라고 압박하는 위헌적 발언이다. 헌법 절차로 대통령을 탄핵해놓고 반(反)헌법적으로 탄핵 절차를 종결하자는 것이다. 그 속셈은 뻔하다. '60일 내 대선'을 최대한 앞당겨 국민에게 충분한 검증 기회도 주지 않고 차기 대권을 차지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최순실 사태' 이후 마비되다시피한 국정의 정상화도 시급하다. 이를 실천하는 가장 현실적이며 합헌적인 방법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야당이 탄핵 이후를 관리할 총리를 뽑아놓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적'으로 황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황 총리가 싫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인정할 생각이 없다. 탄핵안 표결 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 소추의 뜻에는 내각 불신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며 "야권 인사 중심으로 '정치 회담'을 만들어 황 총리 탄핵과 과도 내각 구성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황 총리 등 내각이 총사퇴하라는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지금 내각이 모두 물러나면 국정은 누가 맡나? 황 총리의 탄핵이 정당한지도 의문이다. '탄핵 이후' 정국 수습은 헌법과 법률을 벗어나면 안 된다. 편법은 편법을 낳는다. 그 종착점은 법치의 종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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