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혜' 梨大 "무책임" 질타…'사법부 사찰' 폭로 파문

4차 청문회…"아무도 책임없다는데 정유라 어떻게 입학했나"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15일 4차 청문회에서는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위 위원들은 최경희 총장을 비롯한 이대 관계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정씨의 입학 과정과 학점 이수를 둘러싸고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질의를 벌였다. 교육부 측과 일부 엇갈리는 진술에 대해서는 위증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이대 측 증인들은 "부당한 특혜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아 항변했지만, 오히려 위원들로부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아무도 한 사람이 없는데 정유라가 어떻게 입학을 해!"라며 소리를 질렀고, 장제원 의원도 "김경숙 학장은 이대를 떠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동안 청문회에서 출석 증인들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로 비난을 받고 간사에서 사퇴했던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도 "지금까지 청문회를 보면서 어떤 분도 '내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분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고 말할 정도였다.

참다못한 김성태 위원장은 "증인들이 정유라의 허위입학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런 무책임한 답변을 계속 일관되게 하고 있는데, 위원장으로서 계속 이런 증언이 이뤄지면 특단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엄포를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김경숙 전 체육대학 학장의 유착 관계를 거론하며 "두 사람은 쌍둥이가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럼에도 위원들이 의혹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한 방'을 못 내놓으면서 별다른 알맹이가 없이 추궁과 부인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양상이 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스승이자 선배로서의 도의적 책임감을 따져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이대 재학생들과 학내 시위와 경찰 진입 등 동영상을 상영하면서 "학생들이 받았을 배신감과 충격은 생각해봤느냐"고 질타했다.

이 대목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혜숙 교수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가 나오는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을 청문회장에 상영하면서 "저 동영상이 이대 나온 여자에 대한 자존심, 자부심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이 130년 이대역사에 가장 치욕적 순간이라 생각지 않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이런 추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최경희 총장은 이따금씩 침통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꼿꼿한 자세로 답변을 이어 갔다.

안과 질환을 앓고 있다고 호소한 그는 오후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청문회가 정회된 오후 8시30분께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이대 목동병원으로 향했다.

특위 위원들은 이 밖에도 다양한 방식과 분야에 대한 질의를 이어 갔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특검과 국정조사 대응지침이 담긴 K스포츠재단 내부 문건과 관련, 정동춘 전 이사장을 향해 "정 전 이사장이 이렇게 세밀하게 작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점심때 저와 박영선 의원 입회하에서 프로그램을 드릴 테니까 이것을 본인이 직접 한 번 만들 수 있는지 시연할 수 있나"라고 제안했고, 정 전 이사장은 이에 응했다. 안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는 이 부분을 다시 문제 삼지 않았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일요일 새누리당 국정위원과 접촉한 적 있지 않느냐"라고 묻자 정 전 이사장은 "네"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정 전 이사장과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앞으로 각각 100억원과 57억원의 저축성 보험이 가입된 사실을 가리키며 가입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있지 않았냐고 추궁했지만. 두 사람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눈치없이 이용 당했다. 눈치가 있었다면 이렇게 쑥대밭이 된 문체부 중심에서 장관 노릇하면서 자기 이익하나 못 챙기고 자기 사람도 못 심지 않았을 것"이라며 "새옹지마란 사자성어가 이렇게 어울릴 수 없다. 좀 더 머리 좋고 자기 이익에 밝았다면 같이 구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채택된 증인이 대거 불출석한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박재홍 승마국가대표 감독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생계를 위해서 승마 레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못 나온다고 돼 있다"며 "생계에 지장이 된다면 우리당에서 헌금해서라도 드릴 생각이 있으니 출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질의 시간 1초를 남기고 증인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자 김성태 위원장 대신 사회를 보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웃음을 터뜨렸다가 이후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편, 다른 증인들과 달리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작심한 듯 적극적인 답변과 '깜짝 폭로'를 쏟아내며 이목을 모았다.

그는 오전 질의에서 현 정권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전 춘천지방법원장) 등 사법계 고위 인사를 사찰하고 있다고 폭로했고, 이는 적잖은 파문을 낳았다. 조 전 사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사찰 문건을 특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 밖에도 ▲ 박지만 EG 회장 가족 동향 ▲ 박지만 EG 회장 가족 비위 사실 ▲ 대기업 비리 동향 등 문건 6개가 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은 또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문회에 나와서 정윤회,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고 했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100% 위증"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비선 실세가 두 사람이었는데 이혼해서 한 사람이 떨려 나가니 최순실이 슈퍼파워가 된 것 아닌가'는 질문에는 "그런 셈이다"라고 답했다. 또 '최순실 씨가 모든 전권을 휘두른 것인가'는 질문에는 "그렇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이혼을 권유했다는 설에 대해선 "모 취재원으로부터 2014년 1월 문건이 보도되고 2월에 박 대통령이 이혼을 권유한 것으로 돼 있고 3월 이혼한 것으로 돼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