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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장을 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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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퇴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뉴스에 참 많이 나오는데,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분이 정치인의 길이 아닌 배우의 길을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연극 무대에서 수십 년 내공을 쌓은 배우들보다 발성이 좋고, 뉴스 한 꼭지에서도 희로애락을 다 보여줄 수 있을 만큼 표현력도 뛰어나다. 흔히 말하는 신 스틸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살스럽고 친근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타고난 자질이다. 아마 이분이 영화계에 진출했었다면 오달수, 유해진 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1억 배우 클럽에 들어가서 (현재와 달리) 전 국민의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분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어야 하는 정치인이 되어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야당이 탄핵안을 관철하면 '장을 지진다'고 했던 말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본인은 야당이 절대 할 수 없다는 생각 반, 탄핵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비장한 각오 반으로 한 이야기지만, 막상 탄핵안이 통과되자 우습게 되고 말았다. 그렇게 되자 덩달아 내 주변에서는 '장 지지'는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묻는 사람도 많아졌다.

'장을 지지다'는 말에 대해 국어학자들 상당수는 '장'이 손바닥을 뜻하는 한자 '掌'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때 '지지다'는 '인두로 지지다'와 같이 달군 물체로 다른 물체를 누르는 것이다. 국어사전에 보면 예문 중에 '아들이 아니면 손톱에 장을 지지겠네.'가 있는데, 이것은 '장'(掌) 설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 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통 '내 손에 장을 지진다'의 형식으로 많이 쓰는 것에 대해 일종의 중복 표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설의 치명적인 약점은 중복 표현이 되려면 '손을 장을'과 같이 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은 '손에 장을' 지진다고 쓴다는 점이다. 손과 장을 다른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는 '손바닥 장'을 단독으로 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매우 약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이라고 할 때 바로 알아듣는 말은 '장(場)에 간다', '장(腸)이 안 좋다', '장(醬)을 담그다' 정도이다. 이 중 시장을 뜻하는 '장'(場)은 지질 수가 없다. 창자를 뜻하는 '장'(腸)을 손에다 지지려면 지지기도 전에 죽는다. 결국 사람들이 좀 더 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된장, 간장 같은 '장'(醬)을 물을 조금 붓고 끓이는 것(장을 지지다)에 손을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을 지지는 것에 대한 설이 확정되지 않는 이유는 이때까지 장을 지지겠다고 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장을 지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 대표가 약속을 지켜 표준화된 '장 지지기'를 보여준다면 누구의 설이 맞나 하는 논쟁은 더 이상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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