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재근(41) 씨는 지난 주말 고향집을 방문했다가 어머니 용돈을 드리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30만원을 인출했다. 그런데 현금은 그대로 둔 채 신용카드와 거래명세서만 챙겨 귀가했다. 이 씨는 자기 실수로 생긴 일인 데다 당연히 다른 사람이 돈을 가져갔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돈을 포기하기로 했다.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한 셈 치자'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이 씨의 불우이웃돕기는 실행되지 않았다. "해당 은행 지점에 전화 한 번 해보라"는 지인의 조언대로 했더니 잃어버린 줄 알았던 30만원이 즉시 본인 계좌로 입금됐기 때문이다.
ATM에서 필요한 돈을 인출한 후 현금을 꺼내 가지 않는 고객은 생각보다 많다. 이 경우 인출된 현금은 특정 시간(1분 내외) 동안 인출구에 담겨 있다가 다시 기계로 들어간다. 해당 금융기관 전산망에는 '장애'로 기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일이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0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 외 금융기관까지 포함하면 일평균 1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출 후 ATM에 두고 온 현금은 대부분 찾을 수 있다. 타인이 그 돈을 가져가지 않는 이상 ATM이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행 ATM이 아니라면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아도 돈은 자기 계좌로 돌아온다. 타행 ATM이라도 CCTV 등을 통해 거래내역과 본인이 확인되면 돈을 돌려받는다.
문제는 ATM 인출구가 닫히기 전 다른 사람이 인출된 현금을 가져가는 경우다. 이때는 돈을 가져간 사람의 신원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 인출구에 담긴 남의 돈을 가져가는 사람은 대부분 다음 이용자거나 바로 옆 ATM 이용자"라며 "CCTV를 통해 당시 상황을 파악한 후 돈을 가져간 사람의 ATM 거래내역을 조회하면 대부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이 CCTV와 거래내역 등의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돈을 가져간 고객에게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면 대부분은 돈을 돌려준다. 김승태 농협은행 홍보실 차장은 "ATM 인출구에 두고 온 현금은 지레짐작으로 포기하지만 않으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며 "대부분 해당 근무일 마감시간에 지점에서 상황을 파악하게 되지만 전화로 먼저 신고하면 훨씬 빨리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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