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흑인의 인권과 자유, 인종 간 평등을 요구하는 대행진이 펼쳐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끈 이 평화 시위에서 20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라는 노래를 소리 높여 불렀다. 원래 흑인교회의 찬송가에 기원을 둔 이 노래는 시위의 열기를 높이고 참가자들의 의지를 다지는 동력이 되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월남전 참전에 반대하는 반전 운동 가요로도 널리 불렸다. 반전 운동의 기수로 유명한 가수 존 바에즈와 피트 시거 등 여러 가수가 불러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의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미국의 '운동권 가요'라고 할 수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우리 승리하리라' 같은 노래가 한국과 미국의 집회 현장에서 예전처럼 많이 불리지는 않는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도 과거의 운동권 가요보다는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 등 새롭고 다양한 노래들이 등장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노래들은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역사와 함께했기에 불멸의 생명력을 얻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돼 있다. 그래서 일부 극우 보수론자들이 이 노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현실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박사모의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대중음악인 신대철 씨가 발끈해 논란이 일었다. 신 씨는 그의 아버지 신중현 씨가 1970년대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외압을 뿌리치고 차라리 우리나라의 자연을 찬양하고자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었다며 박사모는 이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노래 하나 부르는 것 가지고 뭐 그렇게 야단이냐, 노래 부를 자유도 없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신 씨의 감정과 요구는 이해할 수 있다. 신중현 씨는 당시 정권에 밉보인 탓이었는지 그의 노래가 줄줄이 금지곡이 되는 고초를 겪었다. 그 무렵 다른 가수들의 많은 노래도 황당한 이유로 금지곡 처분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1970년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다는 '새마을 노래' '조국 찬가' 등을 참 많이 부르고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때 아니게 불거진 '아름다운 강산' 논란은 1970년대의 무지막지한 폭압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벌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따지고 보면 박정희 시대의 찌꺼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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