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곳이 여럿 있다. 아이들은 고층아파트에 둘러싸인 학교에서 하루종일 공부하고 뛰놀 수밖에 없다. 운동장에서 하늘을 보려고 해도 아파트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일조권, 조망권, 교통문제 등으로 교육 환경 측면에서는 최악이다. 그런데도 행정당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건축 허가를 내주고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된 곳은 경산 진량초등학교이다. 초교 앞에 지상 14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한 동이 들어서 있고, 같은 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학부모와 시민들은 큰 건물이 또다시 학교 앞에 들어서면 운동장에 햇볕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겨울이면 학교 앞 도로가 얼어붙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반발했다. 학부모들이 일일이 문제점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교육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허가권자인 경산시는 일반상업지역이므로 건축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축주가 학교 출입구 및 횡단보도 3곳에 열선을 까는 등 여러 가지 안전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들은 건축 허가가 들어오면 법 조항만 따지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은 고려 사항이 아닌 것이다.
교육당국도 손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이 시청과 건축주에 항의하기 전에 문제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문제가 터지고 나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데도, 책임감과 적극성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대구 수성구의 경동초등학교 등 몇몇 학교도 조만간 아파트 숲에 포위될 상황에 놓여 있다. 교육당국은 현황 파악은 물론이고, 아예 관심조차 없는 모습이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으니 불쌍한 것은 아이들뿐이다. 학교 주변의 고층건물 신축은 신중해야 하고, 불가피한 상황이더라도 안전 조치 및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줘선 안 된다. 건축주의 재산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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