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한 배에 몸을 싣고 당을 떠나기로 하면서 다시 한 번 정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인재 영입, 유 의원은 정강·정책 성안을 맡기로 역할 분담하는 등 쌍두 마차로 달리고 있다.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게 됐지만 양측 관계가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유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통과시킨 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히자,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다"면서 유 의원의 손을 놓았고, 원내대표 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연말 터졌던 청와대 '비선 실세' 문건 파동 때는 유출 배후로 양측이 지목돼 결과적으로 'K-Y'(두 사람 이름의 영문 이니셜) 라인을 구성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지난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운명을 같이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로 역전 노장인 김 전 대표는 후보 비서실장이었고, 당시 44세의 소장파 학자였던 유 의원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별도의 사무실을 쓰며 수시로 이 전 총재에게 대외비 보고서를 올리던 때였다.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실패한 이들은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다시 뭉쳤다. 이때는 김 전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활약했다.
그러다가 박 대통령이 당 대표를 사퇴한 2006년부터 김 전 대표나 유 의원 모두 당직을 떠나 대선 후보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했다. '원박'(원조 친박)의 기원이다.
양측의 정치적 분화는 박 대통령이 2007년 8월 대선 경선에서 패배하면서부터다.
김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중 당시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의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가 되면서 '파문'됐다가 2012년 대선 총괄본부장을 맡아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경선 패배 후 더는 박 대통령 곁을 지키지 않으며 줄곧 '탈박'의 길을 걸었다.
이번 탈당 사태 때도 양측 의견이 정확히 일치했던 것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추진한 김 전 대표가 일찌감치 결심한 후 세를 모으고 유 의원을 재촉했지만, 유 의원은 막판까지 당내에 남아 개혁 하겠다며 망설였다는 게 정치권에서 정설로 통한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와 유 의원 간에는 상당한 불신도 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포함한 신당의 외연 확장을 놓고도 견해차가 엿보인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김 전 대표는 보수층의 지지가 높은 반 총장이 '영입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반문'(反문재인) 세력이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에도 우호적이다.
그러나 대권 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유 의원으로서는 이러한 '무분별한' 연대가 달갑지 않은 분위기여서 출발점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 의원은 전날 인터뷰에서도 반 사무총장에 대해 "평생 직업외교관을 하고, 해외에서 오래 근무하고, 유엔 일만 봤는데 대한민국 개혁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점을 표시했고, 김 전 대표가 신당의 외연 확대와 관련해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그 부분은 동의를 못 한다. 비박(비박근혜)이고 비문(비문재인)이라고 모두 같은 정당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표가 '반 총장과 정계개편을 협의한다'는 한 중앙일간지의 보도에 김 전 대표가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며 격하게 반응하는 것도 유 의원 측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김 전 대표는 권력 분점형 개헌에 대한 소신이 강하지만, 유 의원은 현 정치 상황상 이러한 방향의 개헌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내치 총리'와 '외치 반기문 대통령' 시나리오와도 연결된다.
유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보수신당 창당추진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도 정강·정책에 담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헌 얘기는 오늘 없었으며, 개헌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라서 담기 어렵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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