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연말을 맞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예년의 시끌벅적한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다. 최악의 불경기와 정치 불안,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쳐 모두가 움츠러들고 마음의 문을 닫은 모습이다.
올해는 크리스마스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대구 동성로에는 크리스마스캐럴이 크게 울려 나왔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사라졌다. 모두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캐럴을 들을 만한 기분이 아니라고 한다. 가정에서도 크리스마스트리를 하지 않거나 가족'친지 선물을 줄이는 경향이라고 하니 우울함을 더해준다.
백화점이나 상가 등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졌다며 한숨소리로 가득하다. 백화점은 연말 세일 기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며 걱정했고, 상인들은 매출 부진에 고민하고 있다. 대구 동성로와 수성구 유흥가'식당 등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확 줄었다. 김영란법 여파에 송년회 간소화 등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AI 파동으로 계란이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대형마트'제빵 업계는 물론이고, 식당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각종 물가가 득달같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국민들은 일종의 혼란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한 곳이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누구나 불안하고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조짐조차 없으니 더 암담하게 느껴진다. 국민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럽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움츠려 있을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듯,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사회 분위기가 극도로 가라앉아 있지만,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곳곳에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나눔 캠페인에는 23일 현재 48억5천400만원이 모금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억5천200만원을 크게 넘어서는 액수다. 서문시장 화재 성금도 40억원을 돌파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위문공연을 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고 뛰는 이들이 많다. 자신도 힘들지만, 이웃과 함께하며 고통을 나누려는 사람들이다. 현실은 어렵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성탄'연말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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