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없이는 걷기조차 힘든 90대 할머니가 평생 한 번도 못 가본 지구 반대편과 우주, 심해를 여행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신체에 무리가 가고 큰돈이 드는 비행기, 우주선조차 전혀 탈 필요가 없다면?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이 누구나 이런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돕는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현실세계를 그대로 담아낸 유사현실을 손쉽고 저렴하게 체험하게 해 주는 장비와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상 시청'FPS 게임…모두 'VR'로
지난 22일 대구 수성구 호텔 라온제나에서는 VR 및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장비'콘텐츠를 개발한 업체들과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기술력을 뽐내고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2016 대구 VR'AR 콘텐츠 챌린지' 행사가 열렸다.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원장 최창학, 이하 DIP)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대구시 지원을 받아 '가상현실 콘텐츠 발굴 지원사업' 및 '첨단융합 아이(eye) 콘텐츠 활성화 지원사업'을 수행한 결과를 선보인 행사다. 이날 DIP와 함께 지원사업에 참여한 5개 개발사가 자사의 VR 또는 VR'AR을 융합한 콘텐츠 기술을 소개했다.
주식회사 자몽은 EBS 어린이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의 인기 캐릭터 '번개맨'의 콘텐츠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하는 고품질 VR 영상콘텐츠와 4D 체험 장비를 제작했다. 이용자가 시야각 360도로 3차원 VR 영상을 보여주는 시각 장비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머리에 쓴 채 번개맨 영상을 보고 있으면 콘텐츠 내용에 맞춰 전동 의자가 전후좌우로 진동하며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자몽 관계자는 "앞서 유치원에서 시연한 결과, 번개맨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데다 몸도 함께 움직이니 어린이들이 높은 몰입도를 느끼며 상당히 흥미로워했다"고 설명했다.
㈜유티플러스인터랙티브는 슈팅형 VR 레이싱 게임 '판타지 라이딩'을 선보였다. HMD를 착용한 이용자의 눈앞에는 가상의 코스가 펼쳐진다. 앞을 향해 달리는 동안 시선을 좌우로 돌리며 주변의 다른 캐릭터를 겨냥한 뒤 조이패드를 조작해 미사일을 맞힐 수 있다. 격추된 상대 캐릭터는 속도가 느려져 이용자보다 뒤처진다. 이런 식으로 결승점에 도달할 때까지 순위를 높여 나가는 방식의 게임이다. 판타지 라이딩은 이달 말 대구 동성로 등지에서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위크로스와 ㈜쓰리디팩토리가 공간기반 체험형 VR FPS(1인칭 슈팅) 게임을 시연했고, ㈜누리봄은 AR을 활용한 미술 콘텐츠 공유 서비스인 '미디어 아트'와 '스마트 도슨트' 기술을 소개했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VR 콘텐츠 전문 리뷰어 '멀미왕'(장진기)은 "VR 콘텐츠를 이용해 게임에서 문화, 교육, 영상시청, 간접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구현할 수 있다. 그만큼 VR 산업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방대한 데이터로 구현한 가상현실, 주인공은 '나'
가상현실은 모니터 밖에서 3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조작하던 이용자를 1인칭 당사자로 탈바꿈시켜준다. 이용자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환경 속에 빠져든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몰입감과 전에 없던 재미를 제공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VR 콘텐츠 개발이 영화와 게임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화 업계에서는 3D 영화를 VR 콘텐츠로 공급해 시청자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게임업계의 경우, 이달 초 기준 스팀(STEAM)이 940여 개, 오큘러스(Oculus)가 250여 개,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VR이 70여 개의 VR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성인 콘텐츠 업계에서도 소리소문없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VR 포르노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도 등장, 전 세계 유료 회원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분야는 시청각적 자극을 통해 가장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고, 주위 시선과 무관하게 이용자 혼자 즐길 수 있어 VR 보급화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VR 게임 시장이 2025년까지 1천100억달러(약 12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성인영화 제작사 노티 아메리카는 "VR 성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2020년 연간 10억달러에 달하고, 영화와 게임에 이어 3위 규모의 VR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VR 화상을 구현하려면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레크리에이티브 서동일 대표이사에 따르면 VR은 주위 전후'좌우'상하에 이르는 360도의 공간감을 제공해야 해 많은 정보량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높은 해상도와 빠른 연산속도를 지닌 기기가 필요한데, 현재 PC 시장의 단 1%(1천300만 대)만이 이를 구현할 수 있다. 즉 일반 대중에게 VR이 두루 보급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간 하드웨어 개발 속도는 수요량에 비례했다. 즉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더욱 많은 콘텐츠가 나와야 하드웨어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뜻이다. 아직은 오랜 시간 몰입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미흡한 수준이다. 품질이 뛰어난 즐길거리가 합리적 가격으로 등장한다면 VR 수요도 높아질 것이다.
DIP 최창학 원장은 "현재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새로운 콘텐츠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DIP 지원으로 세상에 태어난 콘텐츠들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직접 체험하는 새로운 여가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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