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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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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1942~ )

아! 스스로를 낮추는 심성은

맨 처음 옹기전에서 시작되었다

김수환 집안도 독실한 천주재이 집안이라

부모님이 천주재이 탄압하는 나라의

관군들을 피해 자석들캉 묵고 살라꼬

여늬 천주재이들처럼 선대부텀 해니리온

옹기전을 하싯시잉끼네,

그라잉끼네 김수환의 타고난 겸양과 헌신은

어릴 적부텀 이 옹기전에서 옹기를 자꼬 보민서

옹기를 닮을라꼬 해서 나왔지러,

옹기종기 형제들끼리 화목하고 다소곳이

고개 수구려 낮게 엎드리니 주인이 퍼가면

퍼가는대로 담가놓으마 담가놓는대로

순명順命하는 것이 꼭 김수환을 닮았다

그렇다고 해서 김수환이 맨날 옹기나 독아지처럼

결코 그릇이 작고 유약柔弱한 거는 아니었다

이념 갈등으로 시끄러운 나라의 좌우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마치 저울추와 같았으니 이럴 때는

덩치가 집동 겉은 짐장독이나 된장독처럼

우람하고 울림이 아주 큰, 한 추기경 어른으로서의

엄정한 좌정坐定함도 있었느니라

(시집 『권투선수 정복수』 오성문화 2015)

*천주재이: 나라에서 천주교를 박해할 당시 천주교 신자를 비하해서 하던 말.

*집동 겉은: 덩치가 아주 큰 물건을 비유할 때 쓰는 말.

오늘 2017년 2월 16일은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신 지 벌써 8주기가 되는 날이다.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겨레의 사표(師表)로서, 민족의 향도(嚮導)로서 그가 감당했던 소임은 지극했다. 기록에 따르면 천주교 박해로 아버지를 잃고 유복자로 태어난 김수환의 아버지 김영석은 박해를 피해 살던 고향 마을을 떠나 다른 신자들처럼 옹기장사를 하면서 전국을 떠돌았다고 한다. 추기경의 아호 또한 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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