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longa, vita brevis."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처음 한 말로 알려진 라틴어 격언으로,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란 번역이 굳어져 있다. 하지만 오역이다. 라틴어 단어 'ars'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예술'과 '기술'이다.(영어 단어 'art'도 마찬가지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ars'는 '기술', 더 정확하게는 '의술'(醫術)이었다. 결국 격언의 본뜻은 의사로서 익혀야 할 기술이 끝이 없는 데 반해 이를 익히기에는 인간의 삶이 너무나 짧다는 한탄이다. 그래서 올바른 번역은 '의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이다.('번역의 미로' 김욱동)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오역이다. 원문은 'For Whom the Bell Tolls'이다. 'toll'은 단순히 종을 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죽어 조종(弔鐘)을 친다는 뜻이다. 그래서 멋은 다소 떨어지지만 정확한 번역은 '누구를 위해 조종은 울리나'여야 한다.('문화의 오역' 이재호)
이런 사례들은 번역은 의미의 축자적(逐字的) 파악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텍스트가 생겨났을 당시의 역사와 문화, 관습, 번역 대상 언어에 대한 지식 등 주변 환경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미시적인 지식이 뒷받침돼야 올바른 번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2013년 11월 13일 본란에서 소개한 바 있어 다시 거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기요미즈'(淸水)라는 고유명사를 '맑은 물이 솟아나는'으로 잘못 번역한 것도 그런 예이다.
일본어에는 '기요미즈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淸水の舞臺から飛び降りるつもりで)란 표현이 있는데 뒤를 생각하지 않고 과감히 결행한다는 뜻이다. '기요미즈'는 교토에 있는 유명한 절로 본당이 지면에서 15m 위에 있다. 이를 무대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뛰어내려 살면 소원이 성취하고 죽어도 성불한다고 알려져 메이지 정부가 금지할 때까지 많은 사람이 그렇게 했다고 한다. 번역자는 이런 사실을 몰랐던 듯하다.
인간과 인공지능(AI) 간의 번역 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두 가지 예측이 나온다. 번역은 앞으로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란 예측과 AI의 발전 속도로 보아 번역도 AI가 지배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어느 쪽이 맞을까.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올바른 번역을 위해서는 인간세계에 대한 방대하고 잡다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후자에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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