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GMO와 알 권리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려면 씨앗이 좋아야 한다. 좋은 파프리카 씨앗 1g은 금 1g보다 비싸다. 기업들이 좋은 씨앗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교배육종으로 만든 씨 없는 수박, 방울토마토, 통일벼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도 좋은 씨앗들이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유전자조합 방식으로 씨앗을 만든다. 식물체에 동물성인 박테리아와 같은 이종(異種) 유전자를 섞은 유전자변형생물체(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1996년 농업 다국적기업인 몬산토는 제초제인 라운드업에도 끄떡없는 씨앗인 '라운드업 레디 콩'(Round-up Ready Soybean)을 만들었다. 최초의 GMO 씨앗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211만t의 식용 GMO를 수입했다. 사료용을 포함하면 1천만t이 넘는다. 식용하는 GMO 중에는 옥수수와 콩이 95%를 넘는다. 이들은 식용유, 간장류, 액상과당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GMO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대부분의 나라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GMO 식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식품위생법은 GMO 표시대상을 바꾼 것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주요 원재료 함량 5순위 이내만 부분 표시하였으나, 모든 GMO 식품으로 표시대상을 확대하여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는 듯했다. 그러나 '제조'가공 후에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한정한다'는 단서조항을 붙여 부분표시에 머물렀다.

일본도 GMO 식품은 부분표시를 한다. 완전표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EU, 중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자율표시를 해왔으나, 지난해 7월 GMO 표시법이 승인되면서 2년 이내에 의무표시 국가로 전환된다. 대부분의 나라가 GMO 식품 표시제는 시행하면서도 부분 및 완전표시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부분표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GMO 원재료를 가공하면 GMO 성분이 사라졌다고 말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GMO 콩, 옥수수 등의 원재료는 거의 전량 가공식품으로 사용되므로 이들 식품에 'GMO 원재료 사용'이란 표시를 붙이지 않으면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국회에는 벌써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예외 없이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표현한 새로운 의원발의 법안들이 상정되어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새 법안들의 입법취지가 국회에서는 어떤 선택을 받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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