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 수온 상승에 어민 피해] 갯녹음·해적생물…양식장도 심해도 재앙 가속화

수온 상승 인한 해양 산성화 빨라져, 기존 물고기 산란 환경 악영향 뚜렷

포항 구룡포항에 정박된 어선들. 배형욱 기자
포항 구룡포항에 정박된 어선들. 배형욱 기자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제5차 보고서'(2014년)를 통해 "최근 배출된 인위적 온실가스의 양은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이며, 기후변화는 최근 인간계와 자연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기후 시스템이 온난해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1950년대 이후 관측된 변화 대부분은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내 전례가 없던 것"이라고 했다.

일본 기상청에서도 100년간(1911~2010년)의 전 세계 표층을 조사해 해수면 온도가 0.57℃ 높아졌고, 최근 40년간 0.4도 올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바다 수온은 더욱 빠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 해역 표층 수온은 최근 40년간 1.14도 올라 세계 표층 수온보다 3배 높았으며, 최근 20년간을 비교하면 0.81도로, 세계 평균치의 4배나 높았다.

◆바다 자원 변화, '토종' 개념 사라진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1년까지 최근 38년간 바다의 평균표층 수온이 0.9도 상승해 살오징어'멸치'고등어'참다랑어 등의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증가했다. 반면에 명태'도루묵 등의 냉수성 어종은 생산이 감소했다. 수온 변화에 따른 수자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오징어 어획량의 변화는 수자원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다. 오징어는 2000년대 들어 21만t이 잡혀 1960년대 7만t보다 어획량이 3배 늘었다. 2009년 경북 동해안에서만 9만2천872t을 잡아들였다. 그러나 2013년 6만3천387t, 지난해 4만4천202t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난류성 어종 오징어 어장이 울릉도 북쪽 북한수역에 형성된 탓이다. 중국어선 수천 척은 이 수역에 진을 치고 오징어 씨를 말리고 있다.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1980년대 생산량이 8만t을 보였지만, 2000년대 들어 162t만이 잡혔다. 도루묵도 1990년대 1만950t에서 2000년 이후 4천여t 수준만 잡히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70㎝ 미만의 작은 참다랑어(난류성 어종) 어장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2008년 3~5월에는 1m 이상의 대형 참다랑어 1천300여 마리가 잡혀 이목이 쏠렸다. 여기다 동해 '왕돌초'나 '독도' 해역에선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 황놀래기, 줄도화돔 등 어종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 9월 포항 해안에서 발견된 '올리브 리들리 거북'과 '장수 거북' 시체도 바다 온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두 종의 거북은 온대'아열대'열대 바다 환경에서 서식한다.

◆바다 자원 변화에 양식장도 한숨

지구온난화에 우리나라 바다 양식어장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에 따르면 바다 수온 상승은 이산화탄소 용해를 부추겨 해양 산성화를 불러왔다. 또 해수 표면의 가벼운 온수층과 심해의 무거운 냉수층이 섞이지 않고 분리되면서 산소와 영양분이 순화되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산호'갑각류'패류(조개 등) 등의 생육에 큰 영향을 줘 기존 물고기 산란장과 산란 시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질병발생 빈도도 높일 뿐 아니라, 새로운 병원성 미생물이 출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경북 동해안에서 고수온 현상으로 폐사한 강도다리'넙치는 81만2천마리, 피해액은 8억원이 넘었다.

게다가 바다사막화'백화현상이라고도 불리는 갯녹음 현상이 1980년대 이후 남해안, 1990년대 이후 동해안에서 확산하기 시작, 동해'남해'제주 연안까지 7천㏊가 쓸모없게 돼버렸다. '갯녹음'이란 이용가치가 없는 석회조류가 대량 번식해 연안 바위 표면이 백색 또는 홍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를 지켜보는 어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2014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실시한 '기후변화에 대한 어업인 인식조사'에서 어민 628명(어선 355명, 양식 273명)의 85%는 기후변화로 수산물의 변동이 일어나고, 해파리 등 해적생물과 갯녹음이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온상승 등 기후변화가 어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한국어촌어항협회 학술지 '어항어장'에 확인된 우리나라 바다양식어업(어류'해조류'패류 등) 생산량은 2006년 126만t에서 2013년 148만t까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바다양식어업이 우리나라 어업 생산량에 차지하는 비중도 1980년 22.4%에서 2011년 45.4%로 계속 증가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양식업이 타격을 받게 되면 국민의 먹거리도 직격탄을 맞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 빠른 대응만이 미래 수자원 먹거리 지킬 수 있다'

지구의 환경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온난화에 따른 바다 수온 변화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기초가 되는 정부 정책 방향과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남대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정책 방향 선행 연구 최종보고자료'를 지난해 1월 발표했다. 이 중 전문가 73명(연구소 38.4%, 해양수산부 등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 30.1%, 공공기관 30.1%, 기타 15.1%)을 대상으로 한 '수산정책 수요조사'에서, 이들은 "정부의 수산업 분야 기후변화 대책에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의견은 17.8%에 불과했다. 정권 교체나 정부 부처의 분리 등으로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부정적 답변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수산업과 관련해 분석에 사용될 기초자료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어민들을 대상으로 피해 체감 정도를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탓이다.

전남대 신승식 교수는 "농림수산식품부 시절 온난화 현상에 대응하고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해수 온도 변화에 어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어업 민감도 조사'를 입법 추진했다"며 "이때 같이 진행되던 것이 '농업 민감도' 부분인데,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갈라지면서 농민 부분만 입법되고, 어업 부분은 사라졌다. 이런 황당한 정책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법령에 근거한 예산을 받아 연구를 수행할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결론을 도출할 기초자료가 우리나라에 너무 없다는 점이 시급히 시행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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