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지역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다. 대구에도 인공지능 의사 시대가 성큼 다가온 덕분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은 최근 암 환자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이하 왓슨)를 나란히 도입했다. 두 대학병원의 왓슨 도입을 계기로 다른 대형 병원들도 왓슨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왓슨은 세계 최초의 암 치료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왓슨의 가장 큰 장점은 넘쳐나는 최신 연구 결과를 빠르게 반영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표된 암 관련 연구 논문만 4만 건이 넘는다. 인간의 두뇌로는 매일 쏟아지는 연구 결과를 모두 습득할 수 없다. 인공지능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왓슨은 아픈 환자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우선 왓슨의 제안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인도의 마니팔병원은 암 환자 1천 명의 치료법을 두고 왓슨과 의료진의 일치도를 평가했다. 80%는 왓슨과 의료진의 결정이 같았지만 암종별로 일치도는 크게 달랐다. 직장암은 85%로 높았지만, 폐암은 17.8%로 낮았다. 유방암도 종류에 따라 일치율이 35~67.9%로 편차가 컸다.
환자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의사가 왓슨의 제안 대신 다른 치료법을 적용했다가 실패한다면, 또는 반대로 왓슨의 제안이 효과가 없으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환자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IBM에 대한 종속도 심각한 문제다. 인공지능 의료의 핵심은 의료 정보 빅데이터에 있다. 현재 왓슨 시스템은 의료 빅데이터가 IBM의 '왓슨 헬스 클라우드'에 축적된다. 왓슨의 능력이 발전할수록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왓슨을 임상에 가장 먼저 도입했던 미국 MD앤더슨 암센터는 IBM과 협력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은 지난 20일 IBM과 계약을 맺고도 발표할 수가 없었다. 외부로 노출되는 모든 사안은 IBM 본사의 승인을 받도록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왓슨 도입 보도 자료는 미국 IBM 본사로 보내 승인을 받은 후에야 발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IBM은 '지역 최초' 등 단어 하나하나는 물론, 현수막과 광고 문구까지 간여했다. 지난 27, 28일 진행된 왓슨 운영 교육에서도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참석자까지 IBM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IBM의 교육 담당자와 간단한 구두 인터뷰도 불가능했다.
왓슨을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모든 임상 연구 과제는 모두 IBM과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환자 수도 1천 명으로 제한돼 있고, 왓슨을 쓰도록 허가된 의사도 10명에 불과하다.
향후 각 진료 분야도 인공지능의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학습량을 기반으로 X-선, MRI 등 영상의학 데이터나 암 조직 검사와 같은 병리 데이터, 안저 사진이나 피부과 데이터 등을 해석하고 판독한다. 영상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병리학, 핵의학 등 판독 의료가 위협받는다는 뜻이다.
일상적인 건강관리 영역도 인공지능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만성질환 환자의 질병을 예방하려면 건강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IBM은 의료기기 회사를 인수해 당뇨 환자들을 위한 앱을 내놓기도 했다. 정확도도 90%에 이른다. 외과도 안전하지 않다. 보조 의사가 맡은 기계적인 부분들은 로봇의 팔을 가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늘 시스템의 변화 속도를 능가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달하면 기존의 의료 시스템과 충돌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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