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에 탈(脫)권위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23일 경북경찰청 5층 대회의실 출입문 오른쪽에 '경북경찰을 묵묵히 지켜오신 분'이라는 문구 아래 퇴직 경찰관 51명의 사진이 붙었다. 이들은 1970년 이후 퇴직자 중에서 선정됐다. 선정 기준은 매년 퇴직자 중 단 하루라도 다른 퇴직 동료보다 더 오래 근무한 경찰관이다.
경찰 관서마다 역대 청장, 서장 등 지휘관의 사진이 걸려 있지만 이처럼 평범한 직원들의 사진이 나란히 게시된 곳은 없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경북경찰청 역시 역대 청장 74명(경북경찰부'국장 포함)의 사진만 걸려 있었다. 하지만 박화진 경북경찰청장 취임 이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박 청장은 "단체 사진을 찍으면 지휘관이 가운데 서고 직원들은 뒤로 물러나 본의 아니게 병풍 노릇을 한다"며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경찰관이 진짜 경찰의 주역이다. 그들에게 자긍심과 명예를 안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기는 지난 2008년 당시 경기도 과천경찰서장이었던 박 청장이 수도방위사령부 방문 때 얻었다. 수방사 본관 로비에 사령관 사진 바로 옆에 주임원사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당시 그는 연륜과 경험을 떠나서 장성 옆에 한참 계급이 낮은 원사 사진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고 충격받았다.
박 청장은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1, 2년 있다가 떠나는 지휘관이 아니라 평생을 동고동락하는 선배가 더욱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세상이 바뀌었다. 지휘관만 기억하고 예우하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후배들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선배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조직의 건강한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이달 중 경북경찰청 역대 최장기 근무(40년 7개월) 기록을 갖고 있는 진계숙(경정 퇴직) 씨를 초청해 음식을 대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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