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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머뭇대는 사이 미국은 움직였다…한국산 관세 인상 관보 절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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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산 관세 15%→25% 재인상 공식화 수순…입법 지연에 불만 노골화
대미투자특별법 늑장 처리 속 외교·통상 총력전도 성과 못 내

미국 측과 통상 현안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측과 통상 현안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시간을 끄는 사이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을 공식화하는 관보 게재 절차에 착수했다. 협의를 강조해 온 정부여당의 태도와 달리 입법 공백을 방치한 대가가 통상 압박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진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 정부와의 협의 일정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는 내용을 관보에 게재하기 위해 미국 내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관보 게재는 대통령의 발언을 행정적으로 확정하는 절차로 관세 인상이 사실상 실행 단계에 들어갔음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과 기타 상호관세를 일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여 본부장이 급히 미국으로 건너가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지만 관보 절차를 멈출 만큼의 전환점은 만들지 못했다.

외교 라인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대미 투자 이행 의지와 국내 노력을 설명했지만 미 국무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관세 관련 논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의 설명과 달리 미국은 관세 문제를 별도 트랙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의 불만은 입법 문제에 집중돼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81개 법안을 야당 반대에도 일괄 처리했지만 정작 미국이 요구해온 대미투자특별법은 뒷전으로 미뤘다. 미국 측은 "왜 우리가 반대하는 법안은 서둘러 처리하면서 투자 관련 입법은 지연시키느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 압박의 명분이 입법 지연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는 논의했지만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의 대면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는 "투자와 비관세 부문에서 한국이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있고 진전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관세 인상 관보 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

입법 지연 책임론이 불거지자 여야는 뒤늦게 설 연휴 전 대미투자특별법 심사를 위한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이 관보 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뒤늦은 입법이 실질적 변수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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