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한국으로 건너온 하야시 미카코(47) 씨는 팔공산에서 즐기는 벚꽃놀이가 고향 도야마에서의 하나미(벚꽃을 즐기는 일본 축제)보다 익숙해졌다. 아이들이 어릴 땐 함께 자주 고향을 방문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보다는 한국에서의 내 가정과 더 가까워졌다. 17년 동안 한국에서 살다 보니 일본어보다 한국말에 더 익숙하다. 그녀는 인터뷰 중에도 모국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며 일본어를 할 줄 아는 기자에게 단어를 물어보기도 했다.
하야시 씨는 남편과 연애를 하던 3년간 줄곧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고국 일본을 떠난 후로 부모님께는 장문의 편지를 써 본 일이 없다. 꽃이 피는 계절엔 부모님을 먼저 떠올린다는 그녀가 일본에 계신 어머니께 봄 편지를 띄운다.
사랑하는 엄마~ 오겡끼데스까.(잘 지내고 계세요)
한국에도 벚꽃이 드문드문 피기 시작했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일본에도 꽃이 피기 시작하겠네요. 타국에서 생활하지만 일본에서처럼 벚꽃을 볼 수 있어 고향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으로 시집온 후에 팔공산에서 만개한 벚꽃을 처음 봤어요. 엄마, 저 항상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안심하세요.
4월에 태어난 막내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 됐어요. 시간이 참 빠르죠?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쿠라처럼 예쁘게 키우라고 막내 이름을 '사쿠라'라고 지어 주셨죠? 그때가 마치 어제의 일처럼 느껴지네요.
한국에서도 벚꽃을 보고 있자면 부모님이 생각나 그리운 마음이 밀려옵니다. 고향 도야마에서 매년 벚꽃놀이를 가던 마츠가와 가로수 길이 너무 그리워요. 이제는 예전과 같이 부모님과 함께 고향에서 벚꽃놀이를 할 수 없어 아쉽지만 한국에서 벚꽃을 보고 있자면 여기가 제2의 고향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엄마, 우리 딸 그리고 아들들 잘 크고 있으니까 안심하세요. 언젠가 다 같이 벚꽃놀이 가요.
-미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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