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도 이런 경우를 찾긴 어렵다. 세상에는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 있는가 하면 필연 같은 '우연'이 있는가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세월호가 순식간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대형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설명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세월호 인양에 3년이란 시간이 과연 필요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고 정부와 인양업체가 짜고 고의로 인양을 늦췄다는 음모론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인양에 소극적이었고, 이 때문에 인양 결정 자체가 늦춰지면서 정말 '공교롭게도' 대통령 탄핵과 세월호 인양이 오버랩되어 버린 사실이다.
'오비이락'과 '공교로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던 날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3월 31일 오전 3시 3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곧이어 오전 7시 세월호는 마지막 여정에 나섰다.
세월호 인양이 박 전 대통령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세월호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잠수함 충돌설' '고의 침몰설' '핵폐기물 폭발설' 등 온갖 괴담을 퍼트리던 음모론 세력들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우리가 본 세월호는 애초부터 합리성이 결여된 음모론 세력들의 주장이 터무니없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는 박 전 대통령의 믿음이 실현된 셈이다. 진실의 인양이 좀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래서 남는다.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진실을 다툴 재판을 앞두고 있고, 세월호는 1천81일 만에 뭍으로 와 또 다른 진실의 규명을 기다리고 있다. 부디, 실종된 미수습자의 유해가 가족과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박 전 대통령과 세월호의 '필연 같은 우연'은 이렇게 역사가 되어갈 것이다. 문제는 좌초된 대한민국호의 운명이다. 그대로 침몰할지, 아니면 안전하게 항구로 옮겨져 새롭게 개조될지 중차대한 역할을 맡을 새 선장이 5월 9일 결정된다. 배가 침몰 위기에 빠지면 쥐떼가 제일 먼저 설친다고 했던가. 극좌'극우 양극단 세력이 좌충우돌하며 소란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다.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특히 시간이 늦지 않게 결정해야 한다. 세월호의 비극은 우왕좌왕, 갈팡질팡, 무책임, 무능력, 소극적 자세 탓에 생긴 대참사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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