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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마음아,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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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참 길고 지루했던 것 같은데 며칠 새 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니 봄이 왔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우리 아파트에, 출퇴근하면서 보는 신천동로에, 학교 앞에 절정을 이룬 벚꽃들을 보면 저절로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날이 적당한 어느 날에는 학교 땡땡이치고 아무 목적도 없이 어디든 쏘다니고 싶다는 마음은 스무 살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은 스무 살 때는 맞지만, 나이를 먹은 지금은 맞지 않다. 전에 '불혹의 나이' 편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공자와 같은 성인은 70살이 되어 마음 가는 대로 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종심(從心)]고 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70이 넘어서 마음 가는 대로 했다가는 '노망'(老妄), '노욕'(老慾)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옛 사람들의 생각도 그러했던지 늙음에 대한 탄식을 표현한 시조, '탄로가'(嘆老歌)들을 남겼었다.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 젊었는다

내 늙을 적이면 넌들 아니 늙을소냐

아마도 너 좇아다니다가 남 우일까 하노라

이 시조는 황진이와의 로맨스로 유명한 조선 중기 문인 서경덕이 지은 시조이다. 자신의 마음을 마치 다른 사람처럼 설정을 해서 '너는 왜 그렇게 항상 젊냐?'고 원망하는 말로 시작하는 발상이 재미있다. 한마디로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 늙어 가는데 '마음'은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두 개의 '마음'은 의미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앞의 '마음'은 감성이나 욕망과 관계되는 것이고, 뒤에 말한 '마음'은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이성과 관계되는 부분이다. 후자의 '마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숙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늙는 것에 대해 탄식을 할 필요가 없는 마음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이 성숙하지 못했을 때에는 '나잇값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공자가 '종심'을 이야기할 때의 마음도 바로 성숙해진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자의 '마음'은 영원히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나이와 괴리된 그 마음을 따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웃음거리가 된다.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있는 그 마음을 숨기기 위해 노력한다. 마치 자신은 그런 마음을 초월한 듯 가면을 쓰고 산다. 그에 비해 서경덕은 성리학의 대가로 당대인들에게 추앙을 받던 인물이었지만, 갈등하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남 우일' 일이 아니라 근엄하고 멀게만 보이는 대학자에게서 엿보이는 인간적인 면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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