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코너에서는 애완동물과의 재미있는 사연을 소개합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독특한 우리 집 애완동물 또는 애완동물과 관련된 특별한 사연을 나눕니다.
#어릴 때부터 거미 마니아…곤충에 빠져 살아
#대학 자퇴 후 '알바'하며 돈 모아 가게 인수
#거미·지네 70여 종, 파충류 20여 종 등 소장
한덕희(26) 씨는 어릴 때부터 희귀 애완동물에 푹 빠져 살았다. 대학을 중퇴한 뒤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25세에 희귀 애완동물 가게 사장이 됐다. 비어디 드래곤, 극동 전갈, 레이져 백 등 수백마리 파충류, 절지류 동물을 혼자 돌보고 있다. 한 씨는 그들과 함께하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
◆평범한 청년의 희귀한 취미
희귀 동물을 판매하는 가게라고 해서 으레 괴짜가 있으려니 기대하고 가게로 들어섰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희귀 거북 진열대를 지나니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도마뱀과 거미들이 쭉 늘어져 있다. 사방에 전시된 희귀 애완동물 사이로 뽀얀 얼굴의 26세 청년이 나타났다. 한덕희 사장은 굳이 말을 섞어보지 않아도 선한 인상이 '나 아주 착해요~' 하고 말한다. 남다른 특징이라고 하면 195㎝의 큰 키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거미 마니아였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사준 사슴벌레 사육세트를 키우면서 자연스레 곤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중학생이 된 후에는 용돈을 모아 타란툴라(가장 큰 독거미)를 사서 키우기도 했다. 이때부터 한 씨는 희귀 애완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자퇴한 뒤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사업 자금을 모았다. 한 씨는 낮에는 검도 사범으로, 밤에는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2년 동안 열심히 돈을 버니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수원이 고향인 한 씨는 지난해 대구시 북구에 있는 희귀 애완동물 가게를 인수했다.
한 씨는 애초 대학교에 갈 생각이 없었다. 한 씨의 부모는 언제나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한 씨의 부모는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아들에게 캠퍼스 생활을 경험만 해 보라고 권유했다. 실제로 한 씨는 대학 시절을 맛만 보고 나왔다. "부모님이 덕희 씨에게 사슴벌레를 사준 일을 후회하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 씨가 운영하는 희귀 애완동물 가게 '뉴런와일드'에는 거미와 지네 등 70여 종, 카멜레온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 20여 종, 육지거북 8종 등이 있다. 대부분 수입된 희귀 동물들은 세관이나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 신고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절지류의 경우 수년 전 독성 거미가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수입이 금지됐다. 현재 판매되는 절지류는 모두 국내 마니아들이 교배를 통해 증식시킨 개체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희귀 애완동물 가게를 열었을 뿐인데도 한 씨의 사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씨가 운영하는 '뉴런와일드'는 대구에서 유일한 희귀 애완동물 가게이기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최근 한 씨의 가게를 자주 방문하는 이들은 주로 꼬마 손님들이다. 삼삼오오 모여 들어와 구경만 하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생태체험(?)을 하러 오기도 한다. 혼자 운영하는 가게라 실구매 손님이 아닌 꼬마 손님들이 귀찮을 법도 하지만 그는 이런 손님들도 똑같이 반긴다. 이들이 잠재적 고객이기도 한 손님들이지만 희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늘면서 희귀 동물이 사랑받는 덕분에 내년에는 더 쾌적한 환경으로 이사할 계획입니다. 직원도 곧 채용할 예정인데 동물을 사랑하는 분이 오셔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어요."
◆영리한 도마뱀
한덕희 사장은 한 번씩 도마뱀의 아이큐는 과연 얼마일까 궁금할 때가 있다. 퀸스모니터와 알거스모니터는 매우 영리한 녀석들이다. 퀸스모니터는 유리로 된 사육장에서 지내는데 유리 칸막이가 있을 때는 사람들이 자신을 못 만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유리를 치거나 몸 가까이로 손을 갖다 대도 꿈쩍하지 않거나 오히려 장난을 친다. 창문을 여는 순간 녀석은 돌변한다. 몸 가까이로 손을 가져가자 쏜살같이 피한다. 알거스모니터는 한 술 더 뜬다. 알거스모니터는 스스로 유리로 된 미닫이 창문을 열고 탈출하기도 한다. 문을 여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알거스모니터 사육장은 가게 안에서 유일하게 잠금장치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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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만만찮은 희귀 동물 TOP 5
희귀 애완동물은 말 그대로 희귀한 동물이다. 모든 종류의 희귀 동물은 수입하고 통관되는 과정에서 모두 환경부에 신고를 거치고 죽을 경우에도 '사망' 신고 절차를 꼭 해야 한다. 귀한 동물인 만큼 만만치 않은 가격('뉴런와일드' 판매가 3월 7일 기준)을 자랑하는 녀석들이 있다.
#육지거북 350만원·타란툴라 200만원…
#특이한 만큼 '몸값' 비싸
1위-육지거북
가격도 만만찮지만 육지거북은 1.5m까지 자라기 때문에 그만한 공간을 염두에 두고 키우는 것이 좋다. 성격이 유순해 키우는 일이 번거롭지는 않다고 한다. 350만원 선.
2위-타란툴라(Tarantula)
강한 독성을 가진 거미로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탄 녀석.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류다. 200만원 선.
3위-민트렉 (Mint Leg)
이름 그대로 민트(Mint) 색깔의 다리(Leg)를 가진 특이한 종류의 지네. 100만원 선.
4위-레드테구(Argentine red tegu)
온순한 성격의 육상도마뱀 레드테구는 도마뱀 마니아들 사이에서 귀여운 외모로 인기가 높다. 75만원 선.
5위-퀸스모니터(Quince Monitor)
아주 영리한 녀석으로 인지 능력이 뛰어나다. 연두색 피부에 오밀조밀한 패턴으로 매력을 뽐내는 퀸스모니터는 도마뱀류 중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녀석으로 꼽힌다. 가격은 55만원 선.사진 박노익 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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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태어나고 자란 환경에서 적응…햇볕·습도·물 최대한 맞춰야
희귀 애완동물은 대부분 수입된 경우가 많아 집 안에서 키울 경우 사육장 환경을 잘 꾸며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콜롬비아 레드테일 보아나 다트프록(독화살 개구리)은 습지에서만 서식하고 골리앗 버드이터나 갈라파고스 왕지네는 태생이 야행성인 절지동물이다. 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줘야 적응한다.
희귀 애완동물 관련 설비들도 매우 다양하다. 햇볕을 그대로 재현하는 UVB 등부터, 빛을 깜빡이기 위한 타이머, 습도를 조절하기 위한 드리퍼(Dripper)나 미스트 기계 등 수십여 가지다. 카멜레온은 맺힌 물이나 떨어지는 물만 마시기 때문에 이런 기구들이 필수다.
먹이도 곤충을 대체한 귀뚜라미부터 송사리, 미꾸라지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희귀 동물을 키우는 초기 단계에서는 일반 동물보다 손이 많이 간다. 희귀 동물 마니아들은 동물의 희소성에 매력을 느낀다. 한덕희 사장은 "희귀 동물을 처음부터 안 키우는 사람은 있어도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하면 분양을 늘려가요. 한 번 매력에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힘들죠"라고 말한다.
#귀여울 땐 가족…귀찮을 땐 가축?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유기 동물' 이슈다. 버려지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많지만 희귀 애완동물의 경우 크기가 작아 버리기가 더 쉽다고 한다. 당장은 귀엽지만 시설을 구비하거나 지속적으로 키우는 데 싫증 나서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 희귀 애완동물의 경우 말 그대로 '희귀 동물'이기 때문에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치고 희귀동물센터에 개체 등록을 거쳐 국내로 반입된다. 죽었을 때는 폐사 신고까지 해야 한다. 특히 환경부에 미신고된 희귀 애완동물은 기르거나 유기 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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