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1일 대구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대결이 그랬다. 한때 함께 삼성에서 뛴 투수들이 선발 등판했다. 옛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도 같았다. 삼성은 이날 연장 접전 끝에 8대11로 지면서 6연패에 빠졌다.
참 얄궂은 만남이었다. 11일 삼성의 선발투수는 장원삼. 한화는 배영수를 내세웠다. 장원삼은 수년간 삼성의 좌완 에이스 역할을 한 투수다. 경북고 출신 배영수는 '푸른 피의 에이스'라 불릴 정도로 삼성 색깔이 진한 선수였다. 삼성 선발투수진을 지탱했던 동료가 적으로 만난 셈이다.
이들의 대결이 더욱 관심을 끈 것은 둘 다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장원삼과 배영수 모두 올해가 자유계약 선수(FA) 계약 마지막 시즌. 장원삼은 지난 시즌 극도로 부진, 선발투수진에서 제외됐고 2015년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배영수는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걸렀다. 둘 다 올 시즌 잘 던져야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
장원삼의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올 시즌 첫 등판인 4일 LG 트윈스전에서 3이닝 9실점(4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이날 호투해 신뢰를 회복해야 할 형편이었다. 4일 NC 다이노스전(6이닝 3피안타 무실점)에서 호투한 배영수는 제 기량을 되찾은 게 맞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고향을 찾은 배영수는 11일 경기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의 첫 등판이기도 했다.
이날 두 베테랑 투수는 모두 웃지 못했다. 개인 통산 114승 투수인 장원삼은 3회초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등 5이닝 6피안타 4실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현역 최다승(129승) 투수인 배영수도 마찬가지. 3과 2/3이닝 8피안타 5실점(4자책점)으로 부진했다. 둘 다 이름값에는 걸맞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다.
잠들었던 삼성 타선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삼성은 29이닝 만에 득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0대4로 뒤진 3회말 박해민의 적시타로 첫 점수를 뽑았다. 4회말 터진 조동찬의 솔로 홈런은 팀의 4만 번째 안타로 리그 최초 기록. 4회말 5대4로 역전한 삼성은 5회말에도 삼성은 김헌곤의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보탰다.
하지만 삼성은 경기 막판 불펜이 무너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8대8로 맞선 연장 10회초 마무리 투수 심창민(2이닝 2피안타 2볼넷 3실점)의 제구가 흔들리며 3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승부가 기울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