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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이죠"…『민화, 색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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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고의 워킹맘이었던 신사임당의 삶을 재해석해 그의 예술혼과 사랑에 초점을 맞춘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드라마엔 '미인도' '십장생도'를 비롯한 다양한 민화작품들이 등장해 극의 흥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등장하는 민화를 그리고, 드라마 여주인공 이영애에게 그림 지도를 담당했던 민화작가 오순경 씨가 '민화, 색을 품다'를 펴냈다. 민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에세이식으로 풀어내는 한편 작품 110여 점을 수록해 민화의 화려한 색감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색'마음'공간'이야기 키워드로 민화 풀어내="'정조능행도'를 그리는 데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 7천 명이 넘고 손톱만 한 크기의 인물들이 색동옷, 포졸복 등 각기 다른 패션을 하고 있습니다. 체력이나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이 책은 작가가 들려주는 민화 이야기로 어디서든 민화 한 점을 만났을 때, 그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낼 수 있을 정도로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서술되었다.

색, 마음, 공간, 이야기라는 4개의 키워드로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가의 경험, 민화 감상에 필요한 지식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1부 '색'에서는 한국의 전통 채색화로서 민화와 채색법을, 2부 '마음'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마음과 그림을 보는 감상법을, 3부 '공간'에서는 일상 공간 속에서 우리의 삶과 어우러지는 민화를, 마지막 4부에서는 민화의 최강점인 스토리텔링 기능을 소개했다.

◆전통 채색화 색감 살리려 안료 연구=작가의 그림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색감'을 특징으로 한다. 전통적인 민화 요소를 담고 있으면서도 요즘 아파트에 걸어 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가 색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타고난 민감성도 있겠지만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올 때까지 끈기 있게 시도해 보는 열정과 노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평소 색감을 눈여겨보는 습관 때문에 옷이나 구두, 스카프, 모자에 쓰인 색감까지 예쁜 색을 발견하면 스크랩을 했습니다. 실제 만들어 보고 칠해 보면서 저만의 색을 만들어 나가죠."

작가는 전통 채색화에 쓰이는 안료를 구하기 위해 인사동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치자, 산수유, 오미자 등 열매를 구해 오색의 배합을 맞췄다.

재료들은 풀이나 꽃, 열매, 흙, 조개껍데기 등 자연에서 나오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이 나온다고 했다.

◆인생 중요 고비마다 '역작' 완성=작가는 민화를 시작한 초기에 '일월오봉도'를 보고 '과연 그림을 얼마만큼 그리면 임금님 뒤에 놓이는 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고 고민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평생 작업에 대한 화두를 '저 그림에 최대한 가까이'로 잡을 정도로 '일월오봉도'는 작가를 독려해준 작품이었다.

이 책의 각 장을 대표하는 20점의 작품은 작가 인생의 크고 작은 전환기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당대 미의 기준을 보여 주면서 한국 채색화의 전통기법 그대로 완성한 '미인도', 어린 아들을 홀로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어머니 심정을 대신해 주는 '연화도' 등 각각의 그림에 얽힌 인연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춘화'에 대해 저자는 남다른 애정을 표하고 있다. "춘화는 남녀의 사랑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동시에 풍속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수화나 여타의 그림들은 화풍, 시대상 등 기초 지식을 알아야 감상할 수 있지만 춘화는 오직 상상력만으로도 감상이 가능한 분야거든요."

◆민화는 '보는 그림' 아닌 '읽는 그림'=이 책에서 지은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민화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민화를 집에 걸어 놓는 것은 이야기 한 자락을 벽에 거는 것"이라고 말한다. 민화가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결국 관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민화를 그린 사람이 애초 그림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와 별개로 민화를 읽어 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은 민화에 입문하는 첫 번째 서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민화가 궁금하다면 우선 이 책을 읽으세요. 눈이 열리기 시작한 뒤 심화, 전문서적으로 나아가면 어느 순간 민화가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될 겁니다." 20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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