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시체육회 부회장이 공금 6억5천만원 빼내

운영하던 건설사 부도낸 후 잠적…체육회 측 "1년간 횡령 몰랐다"

문경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설회사인 ㈜동일건설이 거액의 부도를 낸 뒤 회사 대표이사인 K(59) 씨가 문경시체육회 공금까지 인출해 잠적하자 문경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K씨는 지난 2015년 '자랑스런 경북도민상'을 수상했으며, 오랫동안 문경시체육회 상임부회장, 문경경찰서 경찰발전위원장, 문경불교사암연합회 신도회장을 맡는 등 지역사회 기여도가 높은 인물이다. 지역민들은 공사발주처에서 지급받을 공사금액이 160억원가량 남아있는 데도 시체육회 공금까지 인출해 잠적한 상황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동일건설은 17일 자로 당좌거래정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최종 부도처리됐다. 지역 4개 금융기관이 밝힌 부도금액은 총 30억원 정도다.

같은 날 문경시체육회는 상임부회장인 K씨가 거액의 체육회 공금을 인출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문경경찰서에 횡령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문경시 자체 조사 결과, 체육회 공금 인출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으며 자체예산 4억원을 8월까지 세 차례 인출했고, 올해 2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조기 집행된 문경시 보조금 2억5천만원을 인출하는 등 모두 6억5천만원을 빼돌렸다. 문경시체육회는 이 같은 사실을 1년 이상 모르고 있다가 K씨가 잠적하고 나서야 파악했다고 밝혔다.

20년 전 설립된 동일건설은 연간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향토기업으로 성장해오다 지난해 2월 단기 연체를 시작으로 부실 징후를 보여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높은 이자의 사채를 끌어 쓴 것이 치명타가 됐다는 지적이다. 동일건설의 부도로 하도급업체 및 거래업체의 연쇄피해도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인들이 보증을 서거나 빌려준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금융권에서는 부채 규모가 줄잡아 6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지역 한 건설업자는 "K씨가 부산 사채업자에게도 선이자 수천만원을 주고 2억원을 빌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회사 사정에 밝은 K씨의 지인들은 "최근 사채업자들로부터 심한 빚 독촉에 시달려왔다"며 "160억원의 기성금도 연차지급 형태여서 당장 빚을 갚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다 보니 시체육회 공금으로 일단 급한 사채부터 막고 다시 메우려고 한 것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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