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다 보면 단계 단계마다 여러 리더를 만난다. 새로운 부서에 배치되면,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누가 상사가 되는가이다. 부하 직원들이 리더를 평가하는 요소는 크게 능력과 성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능력, 즉 적성은 지금까지 얼마나 일을 잘 해왔는지로 평가한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험적 증거에 기반을 하지만, 적성은 업무의 유사성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재무팀에서 일을 잘했다고 영업팀에서도 잘하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적성의 평가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과 역할에 맞닥뜨리는 상황에서는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면 인성, 즉 성격은 상황과 환경의 영향을 덜 받으며 일관성이 있다. 그래서 인성 평가는 업무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부분에서는 취약해도, 업무를 해나가는 방식과 부하 직원들과의 관계에 대한 예측에는 유효하다. 성취에 대한 예측에는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며, 그래서 기업의 입사 시험에서도 인'적성을 모두 살펴본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뽑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그 리더는 어떠한 적성과 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우리의 새로운 리더는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을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한(恨) 맺힌 사람이다. 성장하는 동안 경험한 결핍이 평생을 좌우하는 인생의 방향성으로 작용하는 것을 콤플렉스라고 한다. 콤플렉스는 일관된 삶의 방향성으로 작용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그곳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다 보니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거나, 맺힌 한의 반대쪽 그늘진 부분에서 실수를 범하게 된다. 바로 직전 우리의 리더는 유년기에 경험한 배신이라는 한에 빠져서, 결국 비정상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하였고 그것 때문에 망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이해와 의견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오직 한 방향으로만 뻗쳐 나가는 리더의 콤플렉스는 편과 적을 뚜렷하게 가를 가능성이 높다.
리더에게 바라는 또 다른 인성은 유머 감각이다. 직전의 역시 그 리더는 참 유머 감각이 없었다. '식인종이 사람을 잡아와서 다리를 물었는데 너무 맛이 없더라. 알고 보니 의족이었다'는 농담을 연설에서 그것도 여러 번씩이나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어떤 부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본인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남들도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유아적 단순성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 능력 결여의 반영이다.
유머와 인성의 관계라는 관점을 더 확장하면, 자신을 낮춰서 남을 웃길 수 있는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을 비하하는 유머를 쓰는 사람보다 리더로서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오바마가 퇴임 직전에 찍은 방구석 사령관(couch commander)이라는 제목의 퇴임 기념 영상은 제대로 웃기는 자기 비하 코미디이다. 정적인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에게서 은퇴 후에는 맥주나 마시면서 스스로를 파악하라는 잔소리를 듣는 장면에서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인간에 대한 친근감과 접근성이 없으면 자신을 웃음의 소재로 삼기는 어렵다.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공감 능력, 그리고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조절 능력이 유머의 본질이며, 이는 리더가 갖춰야 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유머 감각을 갖춘 리더라면 반대파와 대립한다 해도 독선에 빠져 인생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악에 받친 승부수를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콤플렉스와 유머, 이 두 가지 요소는 모두 갈등에 대한 대처 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성적 특징이다. 우리의 새로운 리더는 이러한 품성을 지녀서 세대 간, 계층 간 격렬한 갈등을 넓게 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지지하는 후보가 인성과 적성이 모두 훌륭하다고 믿는다면, 여러분의 확신이 옳기를 바란다. 이 두 가지 요소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적성과 인성 중 어느 한 가지를 따르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결국 이런 판단의 어려움 때문에 누군가는 최선, 차선, 차악을 따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소모적 논쟁과 사회적 갈등을 줄여줄 수 있는 좋은 리더가 선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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