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산업혁명기 유럽 도시들은 인구가 급팽창해 '슬럼'(Slum)이라는 도시 문제를 낳았다. 슬럼은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의 속어로 '룸'(room)이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뒷골목 지역으로 '백 슬럼'(back slum) 등으로 불렸다.
이런 문제는 오늘날 대도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농어촌 주민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도시로 떠나면서 소도시나 시골의 공동화 현상도 심각하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과 일본의 소도시, 농어촌 지역이 함께 안고 있는 사회문제다.
앞으로 우리나라 전 국토 중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의 면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013년 기준 전 국토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의 면적은 53%에 이른다. 하지만 2040년에 이 비율이 61%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가속화해 지방에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버려진 땅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1995년 전국의 빈집 수는 36만여 채였다. 2005년에는 2배로 증가해 72만7천여 채, 2010년에는 약 80만 채로 계속 늘고 있다. 현재 229개 시'군'구 중 고령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곳은 86곳으로 그 비율이 37.6%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지방도시의 공동화는 심각한 일이다.
그제 정부 연구기관이 발표한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 연구는 더욱 걱정스럽다. 전국 42개 소도시를 조사해보니 20곳의 도시 축소 현상이 심각했다. 20~30년 새 인구가 급격히 줄어 반 토막이 난 도시도 많다. 특히 안동, 문경, 상주, 김천, 영천, 경주 등 7곳이 '축소도시'(shrinking city)로 판정났고 다른 지역보다 경북에 가장 많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시 기반이 무너지고 지방 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얼마 전 영덕군의 초'중 통합학교 교장으로 있는 친구를 만났더니 유치원'초'중 재학생 50여 명에 교사'통학버스 기사 등 교직원만 42명이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인구절벽 시대의 한 단면이다. 일본은 2014년부터 지방도시 공간구조를 '콤팩트+네트워크' 전략에 따라 재편하는 지방창생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