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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글! 너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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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써야 하나. 세상은 어찌 돌아가나. 내가 제대로 쓰고 있나. 글 쓰는 게 쉽지 않다. 덕분에 나의 키보드 backspace 키는 쉼 없는 손가락질에 희미해져 낡아 버렸다. 한 장의 글을 쓰면서 한 번에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몇 번이고 확인하고 수정한다. '사랑해' 한마디로 될 고백을 쓸 때도 두 주인공이 받을 감동을 상세하게 표현해야 한다. 나아가 글을 형상화해 배우를 통해 관객이 글을 보게 한다. 마지막 수요자에게까지 작가의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글은 참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여는 힘! 그래서 글은 참 어렵다.

옛날엔 나도 편지를 많이 썼다. '다행히'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지라는 낭만을 간직한 행운의 세대이다. 몰아치는 감정에 엉뚱한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되새길 때 부끄러울 일이 없도록 종이에 글자를 적어나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다.

또 매일 밤 하루를 적었다. 거짓 일기는 기본이었다. 한동네에 사는데도 친구들의 일기장에 적힌 날씨는 집집이 달랐다. 그땐 숙제보다 더 싫은 게 일기 쓰기였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쓰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쓰기 시작했다. 기억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잊지 않으려 적은 건 잊히는 추억이 아까워서다. 감동은 되새기려 해도 되새겨지지 않아 적기 시작했다. 글 속에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자라면서 알았다. 글은 쓰기 참 어렵지만, 쓰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감동이다.

글의 색은 검은색이지만, 글의 진짜 색은 오색찬란하다. 어떻게 쓰였느냐에 따라 글의 색이 결정된다. 그리고 한번 인쇄가 되면 영원한 기록으로 남아 세상 밖으로 나온다. 셰익스피어의 4대 희곡, 무용과 지모의 '삼국지', 로맨스 명작 '오만과 편견', 환상의 문학 '구운몽', 나라를 쟁취한 히틀러의 연설문, 상상의 기적 해리포터 등을 세상 밖으로 태어나게 했다.

글은 위대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하다. 글에는 진실과 거짓이 있다. 재미를 벗어나 삶의 지표가 되고 위로가 되며 역사가 되며 창시자보다 긴 수명을 가진다. 글은 불멸의 존재이다. 그러기에 100년 수명의 인간이 쓴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두렵다. 신이 인간을 만들고 인간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인간은 글을 만들고 글은 인간을 증명한다. 그래서 글은 어렵고 무섭다.

그런 글을 다루는 난 매번 두려움에 빠진다. 하지만, 그런 글에 중독되어 버린 나는 오늘도 겁 없이 불멸의 기록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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