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모기업 변경 효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 기사에 따르면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운영을 맡은 제일기획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 운영을 맡아 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기업 홍보 등을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 구단이 경영상 흑자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삼성은 운영 소관 이관 첫해부터 영업이익을 내는 저력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크게 구장 입장 수입과 이적료 수입에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으로 관중 수가 급증, 입장 수입이 늘었고, 고연봉 선수들을 좋은 몸값에 넘기면서 이적료도 적잖게 챙겼다.
삼성의 선수 이적 작업도 계획된 듯 착착 진행됐다. 응어리졌던 우승의 한을 푼 뒤부터 삼성의 대표 선수들을 하나 둘 내보내기 시작했다. 구단은 이들을 잡는 데 큰돈을 들이지 않아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선수들 역시 자신들을 원하는 구단으로부터 충분한 몸값을 받았다. 최근만 해도 배영수, 권혁, 박석민, 차우찬, 최형우 등이 삼성을 떠났다. 삼성이 이들을 큰돈 주고 잡았더라면 '흑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배영수, 권혁 이적을 통해 21억원, 박석민을 통해 10억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우, 차우찬을 보낸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흑자 폭이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고연봉 선수들을 잘 정리하는 등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을 통해 선수단 운영비를 지난해 무려 100억원 정도나 줄였다.
이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까지 나가고 나면 '경제적인 야구단 경영'을 위해 삼성그룹이 삼성 라이온즈를 제일기획에 넘기면서 그렸던 큰 그림이 얼추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모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구단 자생력을 강화하려는 애초 목표 말이다.
모기업 변경을 통해 경제적인 야구단을 운영하게 되면서 나타난 변화는 또 있다. 성적과 기록이다. 1982년 한국프로야구 태동 후 깨지지 않고 있는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지난해 구단 사상 처음으로 9위를 차지하며 자체 기록을 경신한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는 삼미 슈퍼스타즈가 한국프로야구 원년이던 1982년 세웠던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저 승률(0.188)을 깰 후보로 급부상했다. 3일 현재 삼성의 승률은 0.192이다.
1982년 프로야구 태동 후 한 번도 없었던 한 시즌 세 자릿수 패배 기록을 삼성이 세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경기가 진행된 3일 현재 삼성 라이온즈의 패배 수는 21패(5승 2무)로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100패 기록을 작성할 수도 있다. 올 시즌 팀당 경기 수는 144경기다. 지금까지 KBO 한 시즌 최다패는 1999년 쌍방울'2002년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97패다.
구단이 상황에 따라 선수를 내보낼 수도 있다. 경기에서 질 수도 있고, 때론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팬들이 이해할 수,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란 게 있다. 게다가 사실 여부를 떠나 계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비참해진다.
구단의 경영 정상화, 자생력도 좋다. 국내 프로야구가 FA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도 맞다. 그러나 그것도 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 있다. 승패에, 성적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지만 '더는 삼성 야구를 안 보겠다'며 돌아서는 팬이 늘어나고,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는 관중이 계속 줄고 있다면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구단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포츠는 기 싸움이다. 기 싸움에서 밀리면 이기기 어렵다. 현재 삼성이 꼭 그렇다. '파란 피가 흐른다'고 믿었던 삼성맨들이 하나같이 삼성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도 언젠가 떠밀릴 것이다' '나도 잡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에게 '사기'(士氣)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경영 정상화도 믿음, 신뢰 회복이 기본이고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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