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수·진보에 골고루 투표…TK '정치 쏠림' 줄였다

대구경북민 선택과 미래…정치적 획일성 탈피, 통합·갈등 치유 염원

9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5층 대강당에 마련된
9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5층 대강당에 마련된 '제19대 대통령선거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종합상황실'에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경북(TK)은 이번 대선에서 절묘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선택을 했다.

TK는 그간 몰표를 줬던 두꺼운 보수 외투를 어느 정도 벗어 던지면서 정치적 쏠림에서 벗어나 표의 절반은 자유한국당에, 나머지 반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에 골고루 나눠줬다. 이로써 정치적 획일성에서 탈피해 다양성의 문을 열어둠으로써 '견제와 균형'이란 미래 동력과 가능성을 만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몰표를 받았던 역대 대선과는 달리 과반 수준의 득표에 그쳤다. 나머지는 민주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표심이 갈렸다. 한국당 후보의 이번 TK 득표율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80.14%, 80.82%의 몰표를 받은 것과는 상당한 격차를 나타냈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심상정 후보의 약진 속에서도 지난 18대 대선 수준의 득표율을 거둬 TK에서도 견고한 지지층을 입증해 보였다. 문 후보는 당시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19.53%, 18.61%를 득표했다. 김부겸'홍의락 국회의원을 구심점으로 한 TK 정치권에서 향후 민주당의 영향력 확대가 점쳐진다.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대구 6.0%, 경북 6.79%로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고, 노무현 전 대통령(16대)은 대구와 경북에서 18.67%, 21.65%,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15대 대선)은 대구 12.53%, 경북 13.66%를 얻었다.

TK 표심에는 갈등과 치유, 통합의 메시지도 녹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 구속을 거치면서 상실감에 빠진 TK는 탄핵을 주도한 야당과 한국당에서 분열된 바른정당을 보듬고 통합과 갈등 치유란 숙제를 안겼다. 다당제에 대한 염원도 담겼다.

TK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 한국당에 60% 이상의 몰표를 주지 않은 것은 '종북 문재인' '배신자 유승민' '호남의 아들 안철수' 등의 부정적 프레임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다양성을 어느 정도 용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지지세가 확산되고 바른정당이 보수의 한 축으로 안착하는 등 TK 정치권에 싹트기 시작한 다당제가 '여의도 정치바라기' '내리꽂기 공천' 등 일당 독주체제의 폐해를 상쇄시키고 정치적 역동성을 확보하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구는 13대 민정당, 14대 민자당, 15대 신한국당, 16'17'18대 한나라당, 19'20대 새누리당으로 옷만 갈아입었을 뿐 일당 체제가 유지됐다.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묻지 마 투표'가 반복되고 투표율도 저조했다.

이동필(56'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는 "매번 인물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해 왔는데 이번 선거만큼은 공약과 줏대 있고 소신껏 휘둘리지 않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며 "내년 지방선거와 몇 년 후 있을 총선 역시 정당에 관계없이 인물과 정책을 보고 선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한국당 일색이던 대구 정치 지형에 20대 총선에서 야당과 무소속이 두 석을 얻은 데 이어 이번 대선에서까지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약진하는 등 지역 정치권에 다양성이 구현될 여지가 크다"며 TK 정치권의 역동성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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