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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감사' 시비 부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감사 지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한 것은 향후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예고한다. 청와대는 "감사 결과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드러나면 상응 처리한다"고 했다. 이번 감사가 이명박정부 전반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다. 청와대는 4대강 보(洑)의 처리 방안에 '철거와 재 자연화'를 포함시켰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이 보라는 점에서 이는 4대강 사업의 전면적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 감사는 이명박정부 때 두 번, 박근혜 정부 때 한 번 시행됐으나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국민의 불신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정책감사는 여기서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감사가 부실했다면 몇 번이든 감사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2015년 12월 대법원은 당시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로 꾸려진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 대책위원회'가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법'하천법'환경영향평가법'한국수자원공사법'문화재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뿐만 아니다. 4대강 사업이 부작용뿐만 아니라 이를 상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음도 이미 여러 번 밝혀졌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연구용역은 4대강 사업으로 연간 수요량을 웃도는 수자원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2014년 12월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도 4대강 사업으로 기존 홍수 위험지역의 93.7%에서 홍수 위험도가 줄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정책감사가 문재인정부에 꼭 필요한 협치의 기반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한목소리로 이번 감사가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국회의 정당별 의석 분포상 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도 못 나간다. 그 어느 때보다 협치가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정치 보복 의심을 받는 4대강 감사를 서둘러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과거 문제로 힘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일에는 선후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4대강 정책감사보다 급한 일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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