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구병의 에세이 산책] 잘 가, 다시 오지 마

롯데 소유였던 골프장에 들어선 사드 2기. 환경평가도 받기 전에 성주 군민들의 반대 시위를 군경을 동원하여 가로막고 들여놓았다. 그야말로 '기습' 배치였다. 그 짓을 저지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10억달러를 물리겠다고 했다. 한국에 필요한 한국방어용이므로.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아메리카합중국 국방담당 고위층조차 믿지 않았다. 나머지 4기가 이미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와 있고, 그것이 미군부대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도 신문에 났다. 그런데 어떤 경로로 이 사드 포대가 이 나라에 들어왔는지는 깜깜이다.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이 긴급한 현안을 새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국가안보실장도 국방장관도 입을 다물었다. 직무유기라는 지적에 어떤 신문은 '따로 보고할 게 뭐 있어. 이미 신문에도 난 사실인데' 따위의 기사로 이른바 군통수권자의 얼굴에 똥걸레를 던졌다. 그리고 이 땅에서 여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국면전환용이라고 딴지를 걸었다. 내가 대한민국을 아메리카합중국의 '군사 식민지'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허울만 군통수권자이지 허수아비인 주제에 뭘 보고까지 받겠다는 거야.' 이것이 스스로를 아메리카합중국 '용병'으로 알고 있는 한 줌밖에 안 되는 똥별들과 그들이 꿰찬 권력의 속내일 거라고 보면 잘못 본 걸까? 그리고 그 속내를 뻔히 들여다보아서 '대한민국은 어차피 상대가 안 돼. 전시작전권도 없는데 뭘. 트럼프 행정부와 직거래할 거야' 하고, 대한민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는 김정은의 '군사도발'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이것도 잘못 본 걸까?

사드 문제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 땅에, 한반도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나라 사람 모두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도 무슨 배짱으로 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를 깔아뭉개는 데에 그치지 않고, 도리어 이 문제에 관심을 쏟는 대통령에게 삿대질까지 할까? 혹시 베트남전에서 지고 나서도 제 피붙이와 부정부패로 벌어들인 돈까지 몽땅 싣고 아메리카합중국으로 달아나서 지금까지 잘 먹고 잘살고 있는 남베트남 군부 실세들처럼 자기들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꿈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일은 눈감아 줄 수 있어도 이 일만은 눈감아서는 안 된다. 전쟁은 '병정놀이'가 아니다. 우리는 제 명에 못 죽더라도 우리 아이들만은, 그 아이들이 북녘에 살거나 남녘에서 자라고 있거나 가릴 것 없이 살려야 한다. 살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광화문에서, 금남로에서, 온 나라에서 다시 촛불이 타올라야 한다. 그 촛불로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려는 넋 나간 전쟁광들의 민낯을 낱낱이 밝혀서 한 줌밖에 안 되는 그자들이 일찌감치 아메리카합중국으로 떠나 이 땅에는 평화 세력만 남게 해야 한다.

'잘 가, 그리고 다시 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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