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지역 정치권이 여전히 리더십 부재 속에 겉돌고 있다. 내년도 예산 확보를 비롯해 통합 대구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은 산적해 있지만 이를 일관되게 추진할 구심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아래 지역 출신 여당 의원들이 내놓는 목소리는 희미하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소속 야당 의원들의 소리는 서울 정치 무대에서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지역 정치권이 구심점을 잃으면서 지역의 입지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진 지난 9년간 대구경북 정치권은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지역 출신 인사들이 정권 실세 역할을 하면서 지역 현안 해결이나 예산 확보에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정부기관 곳곳에 포진해 있던 지역 출신 인사들이 물러나거나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대구경북으로서는 지역 현안을 상의할 비빌 언덕들이 사라지는데 이를 그저 빤히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각종 인사에서 지역 안배가 이뤄지고 있지만 핵심 요직을 꿰차는 대구경북 인사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그나마 지역 안배 차원에서 영남권 인사가 발탁돼도 부산경남 출신이 많다는 설명이다. 설령 대구경북 인사를 찾더라도 무늬만 지역 출신일 뿐 지역 밀착도는 '0'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사정이 이래서야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정권과 지역민 간의 통로를 찾을 길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 의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역 의원들이 정부를 향해 '당근과 채찍'으로 통로 역을 맡아야 하는데 이들은 과거 정부에서 안주했을 뿐 악착같은 야성을 배우지 않았다.
지역 정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 몫이다. 내년 지역 현안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 그 신호탄이다. 당장 대구광역철도망, 대구순환고속도로 건설 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래도 어느 국회의원도 국토교통부로, 기획재정부로 뛰어다니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지역 정서상, 의석 분포상 아직 절대적인 한국당 내에서조차 주도권이 흔들린다. 새 정부 출범으로 그 어느 때보다 새 리더십이 절실한 시기에 나 몰라라 하는 정치인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다시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지역 수장과 의원들이 사흘도록 머리를 맞대고 지역 현안 해결과 예산 확보를 위해 골치를 썩일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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