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대통령, 말로 하는 안보는 불안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북한의 지대함 미사일 발사에 격분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북한은 새 정부 출범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부터 지금까지 5차례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문 대통령의 격분이 더욱 이해가 가는 것은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허용하는 등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는데도 북한이 그렇게 했다는 점이다. 잘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뺨을 맞은 꼴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우리 정부는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군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핵심 자주적 역량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이고 근원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마디로 공허한 말의 성찬이다. "한 발짝도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이란 언명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드가 있지만, 청와대는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과정에서 국방부의 사소한 실수를 빌미로 당초 계획했던 연내 배치를 무산시켰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지시대로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경우 사드의 완전 배치는 2년 이상 늦춰질 수도 있다. 정식 환경영향평가는 1년이 소요된다. 다만 주민 공청회 등 모든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에 그렇다. 그러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드에 대한 회의적 태도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 좌파 단체의 사드 반대 시위 등을 감안하면 환경영향평가가 정상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단순히 사드 배치 연기가 아니라 철회가 문 대통령의 진짜 생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여러 가지를 시험 발사했던 것은 오래전부터였다. 지금 당장 (사드가) 설치돼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그렇게 추론케 한다.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다. 문제의 발언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국민도 안보 태세를 믿고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해 달라"고 했다. 무엇을 믿으란 것이며,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안보는 말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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