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도시사 편찬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을 범박하게 정리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는 도시사(都市史) 편찬이란 관점이다. 국가사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역사도시로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자는 생각이다. 둘째는 기존의 통사(通史)를 넘어 주제사(主題史)를 편찬하는 일이다. 통사의 튼튼한 구축 위에서 한 도시의 입체적인 변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주제 중심의 편찬이다. 생활사나 구술사 등을 통해 시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역사에 편입시켜, 도시사를 시민들이 실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역사학뿐만 아니라 고고학, 인류학, 문학, 사회학, 건축학 등 다양한 학문적 성과를 수용하는 것이다. 연구 역량을 모아 역사 인식의 폭을 최대한 확장하자는 뜻이다.
대구 도시사 편찬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해 보자. 우선, 통사 작업이다. 통사는 대구의 지난 역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이며 체계적으로 서술하는 일이다. 대구 도시사 편찬의 첫 번째 과제이자 임무이다. 다만, 그것이 국가사의 일부가 아닌 대구라는 도시의 역사를 정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또한, 시대사와 함께 특수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상감영 400년사' 등 정치, 행정, 사회, 문화, 건축, 공간, 예술 각 분야별로 대구를 관통하는 입체적인 역사를 기술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제사 편찬이다. 대구의 변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편찬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대구의 정신사를 대표하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에 대한 정리이다. 또한 대구의 상인 정신도 대구 정신사의 하나일 수 있다. 주요 마을의 역사, 공간 구성과 환경, 건축, 공동체와 민속, 사람 등 사회 변화와 관련된 마을의 변화상을 재구성하는 마을사나 대구의 전통과 문화, 사상적 주체,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주요 집안이나 가족사도 이제는 대구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 대구 시장의 역사를 사회경제지리와 시장 공간, 경관 기록과 공간 조사, 서문시장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기록 사진 등으로 정리하는 대구 시장사 등 전방위적으로 그 주제는 확대할 수 있다.
셋째, 시민의 일상을 대구 도시사 편찬의 중요한 내용으로 하자는 것이다. 대구의 생활사는 대구의 일상을 재발견하고 역사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지역의 신문이나 잡지에 담긴 생활 이야기와 생활의 변화(언어, 대중문화, 물가, 스타일, 에피소드, 생활 담론 등)를 통해 대구의 생활을 대구의 역사로 재구성할 수 있다. 생활공간과 건축을 통해 본 대구 생활사도 가능하다. 백화점, 극장, 시장, 목욕탕, 문화공간, 다방, 빵집, 식당, 골목 등 대구의 생활문화를 재구성하는 일은 대구의 역사와 시민의 역사를 연결하는 주요한 고리가 된다.
넷째, 구술사를 통해 대구의 목소리를 역사적 자료로 확보하는 일이다. 대구의 역사 속에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담는 과정이다. 어쩌면 역사는 교과서보다 우리 시민들의 삶 속에 실재한다는 사실의 재확인이다. 제3공단 섬유 노동자들의 삶과 이야기, 대구시의 미래를 설계했던 전 대구시 고위 관료들의 생각, 대구 토박이들에게 듣는 대구에 대한 감정과 마음 등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대구 도시사는 대구의 미래를 위한 재료다. 변화와 과정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밑그림이 된다. 삶의 양식 전체에 영향을 미친 도시의 변화상은 새로운 대구의 근거이다. 대구 도시사 편찬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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