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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창] 잘 지내다가 어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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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역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과 동우정공㈜은 20년째 사업 파트너였다. 울산지역 자동차회사의 1, 2차 밴드로 지역에서 나란히 성장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이 좋던 두 기업이 최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발레오는 현대자동차 등에 자동차용 알터네이터 제품을 만들고 동우정공은 여기에 들어가는 핵심 품종의 하나인 레귤레이터 브러쉬 홀더 제품을 설계하고 만드는 회사다.

그야말로 갑을(甲乙) 관계인데 좀 묘하다. 발레오가 동우정공에서 납품을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고로는 발레오가 갑이 될 수 있지만 발레오가 완성품을 만들려면 동우정공이 만든 부품이 필수적으로 추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지금까진 동우정공이 유일했다. 시쳇말로 동우정공이 물건을 대주지 않으면 발레오가 완성품을 만들 수 없다. 한마디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구분이 안 간다.

사달은 올 초에 났다. 동우정공이 단가 인상과 장기 납품 보장을 요구하며 4일간 그 핵심 부품을 발레오에 납품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 사이 연락도 끊었다. 이후 동우정공은 단가 인상과 장기계약에 합의하고 납품을 재개했다. 발레오의 백기 투항이며, 동우정공의 완승인 셈이다.

동우정공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동우 측은 발레오가 정한 단가로는 도저히 자사 근로자들의 임금을 맞출 수 없다고 했다. 매년 적자투성이며,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말이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발레오도 이쯤 되면 칼을 품었음 직하다. 사건 이후 수개월간 묵묵히 두 회사 간의 관계는 예전처럼 유지됐다. 발레오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발레오는 지난달에 이 부품을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김해의 한 회사 공장과 계약을 맺은 후 동우정공과의 모든 거래 관계를 끊었다. 발레오 관계자는 "동우정공이 독립적 납품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끊임없이 압박하고 양사 간에 체결한 기본공급 계약서 및 사용대차계획서상의 의무를 위반해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동우정공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발레오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 등을 신고하고 시정을 촉구하고 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고 편들고 나서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하지만, 동우정공은 이 사건으로 소속 근로자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년 지기 기업의 막장 싸움을 바라보는 지역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발레오는 1차 밴드로 경주 재계를 대표하는 큰 회사이자 지역에서는 큰형 격의 회사다. 큰형의 너그러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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