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낙동강 오리알

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되는 정부 인사를 보면 '정권이 바뀌었구나'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예상대로 '올 것이 왔다'. 14일까지 새 정부에서 장차관급 인사로 발탁된 74명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은 7명에 불과하다. 서울경기권 출신이 23명, 부산경남 13명, 광주전남 14명, 전북 6명, 충청 9명과 비교해보면 대구경북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인구와 지역세를 감안하면 호남권에 비해 등용 비율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민으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승진이 당연시되는 주요 보직자의 고향이 대구경북일 경우 '인사 배제 1순위에 오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사 불이익은 서운할 수도 있지만 '기분'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지역 인재들이 요직을 꿰찼지만 지역 발전과 지역민들의 살림살이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경험 탓일게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지역 경제에 몰려들고 있는 먹구름이다. 코스피 등 각종 경제지표가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지만 대구경북만은 벌써부터 걱정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구경북의 내년도 국비 예산이 대폭 깎일 것이라는 소식은 '잿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대구시가 국토교통부에 신청한 내년도 국비 예산의 반영 비율이 10%에 못 미친다고 한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한 예산안 잔여분도 삭감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대구시는 새 정부 들어서기 전 중앙정부에 요구할 내년도 국비사업 510개를 확정 지었다. 이들 사업에 들어갈 국가 투자예산만 3조원 이상이다. 이 중 대구 미래의 뼈대를 구축할 대형 SOC사업에만 1조원 이상이 포함됐다. 경북 역시 내년 SOC 사업 예산으로 2조4천985억원을 신청했으나 정부 반영액은 1조289억원 정도다.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등 굵직한 사업이 당장 중단될 위기다.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모든 지역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구경북이 겪어야 할 치명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특히 대구의 경우 국내 50대 그룹 소속 대기업이 하나도 없어 중소기업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 피해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국가 예산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투입된 예산보다 몇 배의 부수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국가산업단지~테크노폴리스~서대구 KTX역 등 34.2㎞ 구간을 일반철도로 연결하는 이 사업에는 총사업비가 1조1천72억원이 들 예정이다. 이와 관련 생산 유발효과 1조9천여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조2천여억원, 취업 유발효과 1만9천여 명 등의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시는 추산하고 있다. 역으로 추산해보면 1조원의 예산이 감소할 경우 4조원가량의 지역 경제가 손실을 입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와 경북도는 물론 대구경북연구원 등 지역 경제를 걱정해야 하는 곳에서는 대책 마련은커녕 관련 통계조차 확보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최소한 인구수에 합당한 국비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지혜를 짜내야 한다. 몇 갈래로 쪼개진 지역정치권도 예산만큼은 여야를 넘어 예산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플랜 B도 필요하다. 기왕 국비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집행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정부가 임기를 마칠 무렵인 10년 전쯤 대구시의 모 간부가 술자리에서 지나가듯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난 5년간 5대 국책 사업 예산을 보면 광주전남은 45조원이나 되는데 대구경북은 8조원에 불과합니다. 이런 기막힌 사정임에도 대구시나 경북도는 물론 언론까지 침묵하고 있어요. 대구경북이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큰 피해를 받았는지 합리적 자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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