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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울진 금강송과 나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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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 소광리에 금강송으로는 유일하게 500년 된 소나무가 있다. 지금부터 15여 년 전인가 이 땅을 500년이나 지킨 금강송에 대한 경의를 표시한다는 차원에서 당시 산림청장의 지원하에 서울, 대구 등지의 예술가 몇 명이 모여 예술행사를 한 적이 있다. 국립 통고산자연휴양림에서 1박을 한 후 시인, 미술가, 평론가, 연극인 등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애주 교수의 살풀이 춤판이 주요 행사였다. 모두 지인들이어서 밤새 통음이 이루어졌다.

아침에 술 취한 눈을 떠 보니 통고산자연휴양림의 랜드마크라할 만한 대형 물레방아가 훼손되어 있었다. 물레방아를 받치는 축이 부러져 물레방아가 연못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멀쩡하던 물레방아가 부러졌으니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아침부터 난리였다. 몇몇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새벽까지 술판을 벌인 풍물패 차모 씨 일당이 유력한 용의자였으나,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어 서로 추측성 억측들만 늘어놓고 있었다. 다행히 자연휴양림 관리소장님이 너그러이 봐준 덕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15년이 지난 며칠 전 금강송 군락지 어름에서 캠핑장을 운영한다는 선배의 소식을 듣고 직원 몇몇과 MT 삼아 1박 2일 일정으로 그곳을 다시 찾았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서 캠핑장을 한다니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36번 도로의 불영계곡과 통고산자연휴양림을 지나 소광리로 들어서니 요즘 이 가물에도 개울물이 흘러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선배의 캠핑장은 주변으로 금강송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하늘밖에 보이지 않았다. 캠핑장 옆 계곡은 역시 물이 마르지 않은 채로 맑은 물을 유지하고 있었다. 2천~3천 평 규모의 캠핑장은 그야말로 하늘 아래 오지였다.

하룻밤을 머물며 선배와 이런저런 옛날 이야기를 하며 정담을 나누었다. 그 선배와는 27년 전 모 방송국에서 PD와 작가로 만난 인연이었다. 비록 수십 년이 지났지만 반갑게 맞아준 선배는 나도 잊어버렸던 까마득한 기억들을 되살려줬다.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잃어버린 기억들이었다. 판소리 라디오 다큐멘터리 제작차 전북 고창으로 취재를 갔던 기억도 되살려 주었고, 몇 년간 수시로 마셔댄 술의 양도 가늠하며 오랜 인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현재 선배는 방송국 PD를 정년으로 마치고 이곳에서 인생 이모작 중이다. 정년 이후 5년 전부터 이곳에 정착해 금강송 군락지의 숲해설사 활동도 겸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캠핑장도 운영하고 또 원래 시인이기도 했던 선배는 산 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낭만적인 시 농사도 짓고 있다.

좋은 인연은 세월이 지나도 서로 연결하는 끈을 만든다. 그 끈 속에서 살아가는 게 우리 인생이다. 악연은 그 끈에 의해 고통스러워하지만 인연은 사람 살아가는 맛을 풍부하게 만든다. 수십 년이 지나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반가운 인연, 그런 인연들을 많이 만드는 게 재미난 인생이 아닐까. 그 선배를 보면서 문득 인생이란 '인연 속에 사는 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인연을 다시 만나게 해준 울진 금강송에도 고마움을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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