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터도 인도도 잡초밭, 도청 신도시가 맞나요

道 기관·단체 '잡초와의 전쟁'

건물이 올라가지 않고 방치된 경북도청 신도시의 공터에 잡초가 무성히 자라나 있다.
건물이 올라가지 않고 방치된 경북도청 신도시의 공터에 잡초가 무성히 자라나 있다.

지난 8일 오전 경북도청 신도시 경북보훈회관 인근에서는 예초기를 든 작업자 2명이 인도 위에 난 잡초를 베느라 분주했다. 이들 뒤로 다른 작업자 2명은 양손과 빗자루로 남은 잡초를 인도에서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제초 현장을 보러 나온 안동시 풍천면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적은 도청신도시 인도 곳곳에 잡초가 무성한 게 현실"이라며 "주민 왕래가 잦은 곳을 중심으로 제초하고 있지만 열흘만 지나면 다시 자라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잡초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나 공터 등에 사람 키만큼 자란 잡초가 무성해 도시 미관을 해치는 데다 주민과 행인의 불편까지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4천258㎢ 부지에 1조429억원이 투입돼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에서 진행된 경북도청 신도시 1단계 사업은 도청 신청사와 주요 행정, 기반 시설 조성 등으로 지난해 말 완료됐다. 이후 사업 구역의 미관 관리는 풍천면과 호명면이 각각의 관할 행정구역을 맡고, 경북개발공사가 올해 말까지 도로변 가로수 등 조경수 유지관리를 하고 있다.

'전쟁'은 지난 7, 8월 경북도청 신도시 지역에 잦은 비가 내리면서 인도나 공터 등을 가리지 않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면서 시작됐다. 도청 신도시에 사는 한 주민은 "인도를 가득 채운 잡초 때문에 행여 뱀이라도 나올까봐 무섭다. 인도 대신에 그나마 깨끗하고 차량 통행이 적은 도로를 걸어 다니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북도 관계자는 "상주인구가 적고 공터가 곳곳에 있는 게 현실이지만, 잡초 탓에 '신도시'라는 이름조차 무색한 모습이었다"면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대적인 잡초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미처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던 풍천면은 제초 작업을 위한 추경 예산 1천만원을 확보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고, 기존에 예산 7천만원을 확보해 제초 작업을 해왔던 호명면은 새로 잡초가 자란 곳을 중심으로 정비에 나섰다. 경북개발공사는 주요 대로와 간선도로 조경수 주변과 인도 등의 잡초를 제거하면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민간이나 기업, 기관에 분양된 후 건물이 올라가지 않아 공터로 방치된 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잡초로 가득해도 손댈 수 없는 등 한계도 뚜렷한 상황이다. 이날 예초기를 돌리던 작업자는 "인도보다 훨씬 넓은 땅이 잡초로 가득한 채로 남아 있으니 이번에 제초 작업을 하더라도 크게 나아진 점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며 "게다가 돈을 들여 자주 제초하지 않으면 인도에도 잡초가 금세 다시 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내년에는 공터로 방치된 부지에 해당 지주의 동의를 얻어 유채꽃, 코스모스 등을 심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며 "관련 자치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신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시 환경을 만들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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