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가뭄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대구 곳곳에 새로 심은 나무들이 말라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고려해 식목 시기와 수종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0일 오후 대구시 남구 봉덕동 앞산자락에 자리 잡은 어린이생태체험학습장. 올해 봄에 매화나무, 산딸나무, 목련 등 80여 그루를 식재했는데 절반 이상이 잎을 완전히 떨군 채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메마른 잔가지는 생기를 잃어 손을 대자 힘없이 툭 부러졌다.
이곳은 남구청이 지난 6월 봉덕동 구민체육광장 인근에 준공했다. 토목공사를 제외한 순수 식재비용에만 3천500만원이 들었다. 내년 봄에 잎이 다시 돋을지 지켜봐야 하지만 8월 중순에 파악한 고사목만 20여 그루에 달한다.
오랜만에 앞산을 찾았다는 최필규(46'대구 동구 신천동) 씨는 "많은 시민이 찾는 산책로 바로 옆인데 나무들이 죽어 있으니 보기 흉하다"며 "관리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혀를 끌끌 찼다. 남구청 관계자는 "조경업체에서 2년간 하자보증을 하기 때문에 세금 낭비는 없다"면서도 "식목일 전후로 심고 담당 공무원이 꾸준히 현장을 찾아 관리했으나 가뭄이 너무 심각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큰 비가 오지 않는 이상 인공적인 물주기 작업은 효과나 지속성이 미약하다는 이야기다.
수목 상태가 심각하기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구 달서구 대곡2공공주택지구 일대에 조성된 8개 공원에서도 고사목이 쉽게 눈에 띄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공원을 만든 뒤 구청에 이관해야 하는데 고사목이 속출하면서 절차가 가을 이후로 미뤄진 곳이 많다. 세부 하자 내용은 더위가 완전히 물러가면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깊게 한숨 쉬는 곳은 하자보증 책임을 지는 조경업체다. 특히 관급공사는 물주기 작업 등 각종 유지관리 비용이 원가에 반영되지 않음에도 2년 내 하자가 생기면 업체가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해 부담이 크다. 한 조경업체 관계자는 "올봄 대구에는 5월 9일 이후로 2개월 이상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았는데 조경업체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식목 시기 및 품종 선정을 할 때 온난화 및 봄 가뭄 추세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대 조경학과 이우성 교수는 "얼었던 땅이 녹은 직후인 2, 3월이 조경 식재 적기"라며 "나무에 잎이 나기 시작하면 열량'수분을 많이 소비하므로 잎이 넓고 빨리 돋는 품종보다는 좁고 늦게 돋는 품종이 가뭄에 강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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