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지진 1년, 진전 없는 지진 대책

경북도 학교 내진율 18.7%, 공공시설 보강할 국비 전무…방재연구원 예산 전액 삭감

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지진이 경주 일대를 뒤흔들었다.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은 48분 뒤인 오후 8시 32분 규모 5.8의 본진이 찾아오면서 충격과 공포로 변했다. 지진은 더 이상 외국이나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재난이 아니었다. 바로 곁에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실체적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1978년 기상청 계기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으로 23명이 다치고 재산피해는 5천368건, 110억원에 달했다. 경주 사람들은 이어진 여진을 '짐승 울음소리'라고 표현하며 불안감에 떨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경주 지진은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바꿔 놓았지만 생활 속 지진 대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전국 공공시설물의 내진율(규모 6.0~6.5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된 시설물 비율)은 43.7%에 불과하다. 특히 피해가 컸던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2015년 말 기준 33%이며, 경북도 34.3%에 그친다.

경주 지진 이후 여진이 633차례 발생해 한반도 전체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지만 내진 보강을 위한 정부 발걸음은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경상북도는 애초 지진방재 5개년 계획에서 지난해 36.3%인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2021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목표를 45.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을 위한 국비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북지역 학교시설 내진율은 18.7%로 더욱 심각하다.

지진 피해를 직접 겪은 경주시민들은 아직도 참혹한 당시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이 부서진 가구 중 상당수가 그때의 상흔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 지진으로 기둥이 어긋난 가옥에서 불안하게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택 파손에 대한 재난지원금을 규정상 반파(半破) 이상으로 한정한 탓이다. 전통 기와 대신 값이 싼 함석 기와를 올린 한옥이 곳곳에 눈에 띄고, 담을 시멘트로 땜질 보수하거나 아예 수리조차 못 한 집이 적잖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진 관련 국책기관인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도 어려워졌다. 경상북도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내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비를 행정안전부에 건의했지만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들은 발전소 가동 중단 또는 이주를 요구하며 불안을 호소한다. 발전소 주변 한 주민은 "원전이 견딜 수 없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수원 측은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누가 그걸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며 "9'12 지진을 직접 겪은 우리는 작은 진동만 와도 겁에 질릴 정도다. 지진 안전에 대한 확신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재난경보 시스템과 시설 보강이 이뤄져야 믿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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