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초'중'고교 졸업앨범 부정입찰 수사(본지 5일 자 8면 보도)와 관련해 대구지역 졸업앨범 제작업계는 가족 명의 등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유령 업체가 6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 업체가 유령 업체 3, 4개를 만들어 입찰에 응시함으로써 낙찰 확률을 높이는 수법이다.
13일 해당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서는 각 학교가 졸업앨범 입찰을 공고하면 최대 180여 업체가 뛰어든다. 학교 측이 제시한 기초가격 ±3% 사이에서 15개 가격이 무작위로 설정되고, 입찰 참가업체는 이 가운데 2개의 가격을 선택한 뒤 업체별로 적정 입찰가를 제출한다. 이에 따라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 4개 금액의 평균이 나오면 이 가격의 88% 이상에 가장 근접한 입찰가를 제출한 업체가 최종 선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진 스튜디오를 보유해 앨범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전문업체는 60~70곳에 불과하다. 입찰에 뛰어드는 업체 중 60여 곳은 가족 등의 명의로 만든 유령 업체이고 나머지는 대구에 명의만 두고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업체로 보면 된다"며 "한 업체가 유령 업체 서너 개를 동원해 특정 가격을 집중 선택하면 그만큼 낙찰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대구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구에선 해마다 입찰 참여업체가 증가하고 있고 타 지역의 소위 '전문 입찰꾼'이 활개를 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는 대구시교육청이 2011년 도입한 공개경쟁입찰제도가 유령 업체 양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공개경쟁입찰제도 도입 이후 영세업체가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령 업체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건호 이사장은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경쟁입찰을 권고하면서 고사 위기에 몰린 영세업체들이 유령 업체까지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등록제인 일부 업종에서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는 일부 업체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공개경쟁입찰은 어떤 제도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한다"며 "위반 업체를 적발하면 강력한 제재를 내리는 등 공정한 경쟁입찰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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