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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못 밝힌 안동댐 상류 물고기 떼죽음] 지난 7월부터 1만7천여마리 폐사

중금속·병원균·산소 고갈 추론뿐 조사반 결론 못내

지난 7월 초 안동댐 상류지역에서는 물고기 수백 마리가 죽은 채 떠올랐다. 매일신문 DB
지난 7월 초 안동댐 상류지역에서는 물고기 수백 마리가 죽은 채 떠올랐다. 매일신문 DB

지난 7월 안동댐 상류지역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 사건의 원인 규명(본지 7월 5일 자 8면 보도)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환경 당국 등 관계기관이 수질과 토양, 중금속 등 여러 항목에 걸친 원인 분석에 나섰지만,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안동댐 내 물고기 폐사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민'관 공동조사반'은 지난달 30일 안동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2차 회의를 열고 물고기 폐사 원인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해도 폐사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중금속 오염을, 전문가는 병원균이나 미생물 영향을 원인으로 추정할 따름이다"면서 "조사 방법 검토와 역할 분담 등 실행 방안을 마련해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3일부터 한 달 동안 안동댐 상류지역에서 폐사한 물고기는 떡붕어 등 1만7천280여 마리에 이른다. 환경 당국 등은 물고기를 거둬가 폐사 원인 규명에 나섰고 경북어업기술센터는 같은 달 21일 '잉어 봄 바이러스'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잉어 봄 바이러스는 잉어와 붕어 등 잉어과 어류에서 주로 발병하며 폐사율이 30~100%에 이르며 제1종 수상생물 전염병이다.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지만 발병이 확정되면 해당 어류는 살처분 대상이 된다. 지난 7월 5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친 조사 결과 경북어업기술센터는 모두 19건의 물고기 중 3건에서 잉어 봄 바이러스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종 수상생물 전염병 확정 진단 권한을 가진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7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내놓아 원인 규명은 미궁으로 빠졌다. 경상북도보건환경연구원을 비롯한 각 기관에서 진행된 수질, 토양, 약'독물 등 23개 항목에 걸친 조사에서도 기준 이내이거나 불검출 결과가 나왔다. 관심을 끈 중금속 조사에서도 총 3차례의 분석 결과 수은'납'카드뮴 등 항목 모두가 수산물 기준 이내로 확인됐다.

각종 원인 조사 결과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자 이날 공동조사반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물고기 폐사 이유를 두고 서로 다른 견해로 맞섰다. 환경단체는 "안동댐 바닥에는 수만t의 퇴적물이 있고 그곳으로 중금속이 다량으로 함유된 침출수가 유입되고 있다"며 "중금속, 수질 등 조사 결과 기준 이내라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고기 폐사는 중금속 오염이 원인이며 석포제련소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주민 참가자 역시 "석포제련소 주변에서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 폐사가 빈번하다"면서 "하류인 안동댐도 중금속 오염이 그 원인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연구용역 수행 결과 안동댐 내 퇴적토의 중금속 오염은 심각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중금속이 물속으로 녹아 나오는 것은 소량이어서 어류 폐사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중금속 등 화학적인 원인이 있다면 치어나 다른 어종이 먼저 폐사했을 것"이라며 "단일 어종이 폐사했고 폐사체 모습 등 정황을 고려할 때 미생물이나 병원균 탓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자 일부 어민은 크기가 1m를 훌쩍 넘는 대형 어종인 '백연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회의에 참가한 한 어민은 "석포제련소의 영향이라면 댐 상류부터 물고기가 먼저 폐사해야 한다"며 "다년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올해는 특히 큰 물고기인 백연어를 피하려는 붕어떼의 상류 이동이 많았다. 상류에 밀집된 물고기떼가 안동댐 주변에 내린 비로 오염물이 유입되자 산소 고갈로 폐사한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추후 조사는 환경단체와 민간전문가 측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종합, 검토한 후 진행된다. 환경단체와 주민 측은 ▷이번 조사 외 독극물'미량유해물질 등 기타물질 조사 ▷물고기 중금속 분석 시 뼈와 내장을 포함해 분석할 것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 물고기 중금속 분석은 사람이 먹는 근육 부위만 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민간전문가 측에서 제시하는 추가조사 방법의 내용을 검토하고 역할 분담 등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도 원인 규명을 이어가겠다"며 "추가조사가 완료되면 그 결과 논의 등을 위한 민'관 공동조사반 회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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