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당국자마다 말이 다르다. 북한 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는 근본적 문제의 해법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니 국민은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미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북방한계선(NLL) 비행에 앞서 미국이 우리 측과 사전 협의를 했느냐를 둘러싼 외교부와 국방부 간의 입씨름은 이를 잘 보여준다. 26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기자간담회에서 외교 고위관계자는 "그렇다"고 하면서 "우리가 미국 폭격기와 동행하지 않은 것은 (북한에)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빠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대북 압박 비행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우리 정부가 거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이런 발언을 해도 되는지 두 부처 간 조율은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문제의 발언에 대해 국방부가 "우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한 것을 보면 그렇다.
북핵 문제 대응 원칙의 엇박자는 더 심각하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27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뜻을 밝혔다. 이는 미국, 중국 등 전 세계가 합의한 '핵보유국 불인정' 원칙을 우리 혼자 깨자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도 180도 다르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군의 날 69주년 기념사에서 "당면 목표는 북한의 도발을 막고 반드시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대통령 특보가 이렇게 정반대로 말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나 안이하다. 문 대통령은 27일 여야 4당 대표와 회동에서 "정부에서 똑같은 목소리가 있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른 문제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안보 정책에서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의 안보 상황은 문 대통령 스스로 '6'25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규정할 만큼 위중하다. 지금이야말로 안보 정책에서 정부 내 단일한 목소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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