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인간 지키던 물소가 용이 된 순간, 2천여 관객 하나됐다

뮤지컬 '용의 귀환' 호찌민 오페라하우스 공연 성황

베트남의 상징 동물인 물소와 한국의 한우(韓牛), 용(龍)을 포함한 십이지신(十二支神)을 의인화한 뮤지컬
베트남의 상징 동물인 물소와 한국의 한우(韓牛), 용(龍)을 포함한 십이지신(十二支神)을 의인화한 뮤지컬 '용의 귀환'이 14일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9시) 호찌민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려졌다. 베트남과 한국의 민속문화를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땅과 자연을 지키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2천여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경북도 제공

평화로운 농촌, 땅의 가치와 인간의 노력이 존중받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호랑이'토끼'용'뱀'말'소'원숭이'닭'돼지'개'쥐'양 등 십이지신(十二支神)을 섬기고, 물소는 농부를 도와 농사일을 돕는다. 땅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에 순응하며 용을 제외한 십일지신(十一支神)이 캐릭터에 맞는 '아름다운 자연'을 춤추고 노래한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표출되면서 극적 갈등이 시작된다. 인간은 십일지신을 배신하고, 버림받은 십일지신은 괴물로 변해 물소를 납치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을 위해 충성을 다해왔던 물소를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물소를 희생의 제물로 삼으려 한다. 십일지신 또한 용이 되려고 서로 아귀다툼을 벌인다.

14일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9시) 호찌민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뮤지컬 '용의 귀환'이 호찌민 관객들의 큰 감동을 자아냈다. 베트남의 상징 동물인 물소와 한국의 한우(韓牛), 용(龍)을 포함한 십이지신(十二支神)을 의인화한 작품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민속문화를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땅과 자연을 지키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

이날 공연이 열린 오페라하우스는 2천여 관객들로 만원을 이뤘다. 이 작품은 물소와 한우가 농사의 주역인 것은 물론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맹수와 맞서 싸우기도 하는 전투력을 지닌 의로운 동물임에 착안했다. 여기에 양국의 민간 설화인 십이지신 동물을 등장시켜 악에 대한 투쟁과 선에 대한 승복 그리고 용으로 환생한 물소를 재등장시켜 대화합의 장을 펼침으로써 외세에 대한 저항정신과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순박한 인간의 심성을 표현한다.

무대는 7장의 노래와 춤으로 이루어졌다. 7명의 뮤지컬 배우와 9명의 무용수가 13인조 국악관현악단의 반주에 맞춰 십이지신을 무대에서 재현했다. 각 장면의 배경 음악은 베트남 민속음악과 한국 민속음악을 현대음악으로 재해석해 배치했고 노래와 가사는 모두 창작곡이다.

공연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분노한 자연이 폭풍우를 몰고 오자 그제야 물소의 귀함을 알게 된 인간들. 당황하고 두려워하고 공포에 떠는 인간들. 갈등은 극적으로 치닫는다. 자연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십일지신의 포로가 된 물소를 구출하기 위해 나선 인간들. 하지만 인간은 용이 되려다가 오히려 괴물로 변한 십일지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십일지신의 공격을 받아 차례차례 쓰러지는 인간들. 이때 묶여 있던 물소가 용의 기운을 받으면서 사슬을 끊고 인간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다. 물소와 십일지신의 싸움. 물소가 인간과 자연을 지켜내려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 감동한 인간은 물소를 위해 춤과 노래로 응원한다. 물소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한국의 노래와 춤과 함께 용으로 환생해 십일지신을 물리친 후 인간과 재회한다.

농경민족인 베트남과 한국 모두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은 풍운(風雲)의 조화를 다스리는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돼왔다. 작품 속 용의 등장은 부활과 재생을 상징하며, 문명의 이기로부터 자연과 인간성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두 나라 국민의 염원을 담은 것이다. '용의 귀환'은 호찌민과 경주 그리고 베트남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호 존중하고, 동질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관객 쩐 반 남(37)씨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물소를 통해 베트남인과 한국민의 평화로운 전통적 가치관과 성실한 민족성을 보여주는 좋은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커튼콜 후 한국 민속음악으로 편곡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배우와 관객이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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