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이웃 여러분들 힘내세요. 저희가 함께하겠습니다."
23일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포항 지진 이재민 보호시설인 이곳의 봉사자들 사이에는 그 나름의 불문율이 있다. 첫째 휴대폰은 무음으로 할 것, 둘째 뒤꿈치를 들고 최대한 살살 걸을 것, 셋째 불쌍한 마음을 가지지 말 것.
경산에서 온 자원봉사자 원순재(40) 씨는 "이재민들이 심지어 전혀 진동이 없는데도 지진이 온 것 같다는 불안감을 많이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든 염려를 끼치지 않으려고 몸가짐을 조심하게 된다"면서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으신 분들이 가지는 상실감이야 어떻게 전부 공감할 수 있겠나. 최대한 친근한 이웃으로, 또는 말벗으로 다가가려 한다"고 말했다.
원 씨는 함께 온 8명의 경산 지역 자원봉사자들과 이곳에서 무료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손수 마련한 재료를 가지고 각자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이재민들에게 대접한다.
원 씨는 "내가 살던 집에서 쫓겨나 이렇게 생활하면 어떨지 생각해 보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며 "경산과 포항은 바로 옆 이웃이다. 가까운 친지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는 마음으로 봉사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양에서 온 이헌술(37) 씨는 친구들과 함께 흥해읍 피해 지역을 순찰한다. 비교적 젊은 나이라 힘쓰는 일을 자원했기 때문이다. 이 씨 등은 곳곳의 쓰레기더미를 치우거나 자택에 거주 중인 피해 주민들에게 생필품 같은 것들을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거미줄처럼 갈라진 건물들과 무너진 담장을 볼 때면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그럴 때면 친구들과 일부러 우스갯소리를 하며 밝은 분위기를 내려 노력한다. 혹시나 주민들이 자신들의 찡그린 얼굴을 보며 기분 나빠하거나 침울해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서다.
이 씨는 "15일 집에서 작은 지진을 느꼈다. 그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았는데 뉴스를 보니 너무나 큰 피해가 난 것 같아 곧바로 포항으로 향했다"며 "이재민들 외에도 포항 경제가 이번 지진으로 함께 무너지고 있다고 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시장에 들러 과메기라도 잔뜩 사가지고 돌아갈 생각이다. 큰 도움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의 작은 정성이 피해 주민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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