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담배꽁초로 13년 전 살인범 잡았다…장기미제 '노래방 여주인 살인'

귀갓길 여성 상대 강도상해 CCTV 통해 흡연 장면 포착 현장 주변 꽁초서 DNA 추출

담배꽁초 하나가 13년 전 살인범을 붙잡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지난 2004년 대구 북구에서 벌어진 '노래방 여주인 살인사건'의 범인이 사건 발생 13년 만에 경찰에 붙잡힌 것. 대구 중부경찰서는 1일 살인과 강도상해 등 혐의로 일용직 노동자 A(48) 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4년 대구 북구 침산동 한 노래방에서 요금 문제로 다툰 끝에 노래방 여주인 B(당시 44세) 씨의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담배꽁초' 하나에 되살아난 13년 전 '살인의 추억'

자칫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A씨의 범행을 세상에 밝혀낸 결정적 단서는 그가 최근 다른 범행을 저지르며 남긴 '담배꽁초'였다. A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11시 50분쯤 대구 중구 한 골목길에서 귀가하던 22세 여성을 둔기로 때리고 손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변 CCTV에서 A씨가 인근을 배회하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포착, 현장 주변의 담배꽁초 10여 개를 수거해 DNA를 찾아냈다.

애초 단순 강도상해 사건으로 판단했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날아온 DNA 감정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가 장기미제사건인 2004년 북구 노래방 여주인 살인사건 현장 유류품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결과가 나왔기 때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기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DNA 샘플을 보관하고 있다.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해 경찰은 중부경찰서 형사팀과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범죄분석관 등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전담팀은 주변 CCTV와 기지국 통화기록을 분석, A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그 결과 경찰은 지난달 28일 오전 6시쯤 A씨의 자택 앞에서 출근하는 A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유류물 수거했지만 피의자 특정 못해 13년간 장기미제

지난 2004년 6월 25일 오전 8시쯤 대구 북구 침산동. 평소와 다름없이 지역 내 순찰에 나선 북부경찰서 고성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은 아침인데도 불이 켜져 있는 노래방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안으로 들어가 본 경찰은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에 아연실색했다. 노래방 여주인 B씨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잔혹하게 살해된 모습으로 발견된 것.

당시 경찰은 현장에 버려진 흉기, 담배꽁초 등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물을 수거해 정밀감식을 벌였지만 용의자 특정에는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주변에 CCTV가 많지 않았고 채무'원한관계 등이 없었기 때문에 용의자를 추려내기가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처음엔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다 프로파일러들의 진술 분석 등 차례차례 제시되는 증거에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노래방 여주인과 요금 지불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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