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원, 소송 비용 물려 '억지 피고인' 줄인다

증인 여비·국선 변호인 보수 등 피고인에 비용 부담 잇단 판결

법원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우기는 이른바 '억지 피고인'에게 소송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판결을 잇따라 선고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민사재판이 아닌 형사재판에서 재판 당사자가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구지법 제10형사단독 조성훈 판사는 자신의 건물에 세들어 있는 미용실에서 행패를 부린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A(61'여) 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하고 소송 비용 38만원의 부담을 명했다. A씨는 지난 7월 6일 임차인 피해자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임대차 기간이 다 됐으니 미용실을 비워 달라. 내가 장사하겠다. 물세도 내지 않고 물을 쓰고 있다"며 수도를 잠그고 에어컨 실외기를 발로 차는 등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동영상과 녹음 파일 등 증거가 있음에도 정식 재판을 청구, 국선변호인에다 증인 2명이 법정에 나왔고 검찰은 이에 따른 비용을 재판부에 청구했다.

대구지법 제7형사단독 오범석 판사는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붙잡힌 뒤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B(54)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소송 비용 43만원을 부담하라고 명했다. B씨는 지난해 9월 21일 경산시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한 뒤 달아났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그는 횡설수설하는 등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3차례 요구에도 측정을 거부했다.

벌금형에 반발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B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에게 음주측정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며 발뺌했다. 결국 경찰 3명이 증인으로 나와 법정에서 진술까지 했다. B씨의 거짓 진술로 불필요한 소송 비용까지 추가된 셈이었다. 검찰은 증인 여비와 국선변호인 보수 등을 계산해 소송 비용을 재판부에 청구했다.

대구지검 김형길 1차장검사는 "죄가 명백히 인정됨에도 증인심문 등 불필요한 소송 비용이 발생한 데 대해 피고인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면 앞으로 이 같은 억지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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