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전 세계 대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오페라유니버시아드'를 시작으로 12월 송년을 보내는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를 준비하기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본부장으로서 잠시 눈 돌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정유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취임 초기, 겉으로 내색하진 못했지만 '본부장님' '감독님'이란 말이 얼마나 어색하던지….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을 그렇게 불러 주시는 많은 분께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할 것을 다짐해 본다.
요즈음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올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기획 회의가 한창이다. 물론 내년 주요 행사에 대한 계획은 이미 다 나와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수정해야 하기에 직원들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헝가리,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2018년과 2019년에 대구오페라하우스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는 연락들이 속속 오고 있어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외국 출장에서 만난 많은 친구가 인터넷을 통해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보았다며 연락해 오고, 또 이번 축제에 참가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대만,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예술가들이 자기 나라에 돌아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금 다양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들을 보내오니 역시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전화나 인터넷, SNS를 통한 다양한 네트워킹이 가능한 시대에 사는 우리이지만 서로 눈을 마주하고 공감한 경험, 함께 어떤 목표를 위해 땀을 흘리며 만들어낸 네트워크는 서로 더 가깝게 더 끈끈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 네트워크 형성의 중심에 음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몇 해 전부터 연말연시 파티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거나, 가까운 공연장을 찾는 소모임이나 그룹들이 많아지고 있다. 술을 매개로 하던 만남이 이제는 음악을 매개로 모이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남이다'하는 시대로 가는 요즘. 서로 다른 우리를 '따로, 또 같이'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음악이야말로 건전하고 끈끈한 네트워크 형성의 일등 공신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같은 음악을 듣고서도 다르게 감동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건전한 사회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기 그지없다.
2017년 열심히 달려온 한 해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대구 읍성의 여러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준비되고 있다. 이 공연장이나 저 공연장이나 비슷비슷한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시 대구,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란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장르의 특별한 공연들이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다.
음악을 통해 어려운 이 시대 그래도 서로가 있어서 살만했노라고 토닥이며 희망찬 새해를 설계하는 건전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를. 그래서 2018년 무술년은 올해보다 더 살만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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