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천 참사도 잊은 대구 다중이용시설의 안전 불감증

대구에서 헬스장과 목욕탕을 갖춘 대형 복합스파시설의 안전관리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본사 취재팀이 20곳의 관련 시설을 살핀 결과이다. 지난달 충북 제천의 대형 화재참사 이후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이들 시설에 대해 긴급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건물주도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취재 결과는 전문기관인 소방본부의 잣대나 평가와는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비상구 문제나 사용 연한이 지난 소화기 배치 등은 굳이 전문기관이 아니더라도 잘잘못을 충분히 살필 수 있는 일이다. 비상구를 아예 잠가 사용하지 않거나 비상 통로가 없는 시설도 있었다. 20곳 가운데 8곳이 비상 통로가 처음부터 없거나 폐쇄된 것이다. 대피조차 못하는 이런 구조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비치된 소화기에는 유통 기간인 8년을 넘긴 2006년 제품도 있었다. 먼지투성이거나 호스가 빠진 소화기 등 제 기능이 어려운 사례도 발견됐다. 긴급 시 대피를 돕는 야간 유도등이 없거나 피난 안내도를 갖추지 않은 시설도 드러났다. 소방시설의 안전점검 일자가 없기도 했다. 어떻게 소방 당국의 점검에서 이상이 없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례는 일부에 국한된 일이다. 하지만 비상구는 제천의 참사에서 보듯 생명과 구난에는 기본적인 요소다. 그런 만큼 비상구 관리 부실은 그냥 보고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소방 점검에서 더욱 따져 봐야 할 부분이다.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또 다른 화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점검의 문제점을 분명히 다시 짚어봐야 한다. 그대로 두면 자칫 소방 당국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 자명하다.

건물주나 건물 관리자의 안전 의식도 짚어봐야 한다. 대구만의 일도 아니다. 서울도 같았다. 마침 지난달 참사 이후 서울에서는 319곳의 목욕탕과 찜질방 등을 특별조사한 결과, 120곳에서 330건의 관련 법규를 위반할 정도였다. 안전을 위한 의식 전환이 없으면 건물 이용객의 생명은 담보할 수 없다. 소방 당국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보다 철저한 점검을 게을리할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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