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대표단 파견과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접촉 가능성을 제시한 지 하루 만에 문재인 정부가 전격 호응하고 나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일 "정부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김정은의 제의에 따른 후속조치 마련을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시했다. 문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목을 매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남북 간 대화의 문은 열려야 한다. 북핵 문제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은 특히 그렇다. 그런 점에서 문 정부의 발 빠른 호응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성급함을 넘어 조급함까지 읽힐 만큼 서두른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그동안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일언반구도 없다가 이 시점에 갑자기 그런 제의를 한 속셈을 문 정부가 읽어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낸다.
그 속셈이란 핵무장 완성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용하는 것이다. 미 CIA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까지 3개월이 남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3개월은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종료 시점과 겹친다. 김정은은 이를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갑자기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나선 데는 이런 계산이 깔려있음이 분명하다. 문 정부는 김정은의 전술에 말려들고 있는 것이다.
문 정부의 희망대로 남북 간 접촉이 성사된다 해도 북한의 정치선전 무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김정은 신년사에서 언급한 '한미 연합군사 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 등을 요구하며 위기의 책임을 미국과 남한에 떠넘기는 정치선전을 전개할 것이란 얘기다.
문 정부가 이를 단호히 받아치지 못하면 한미동맹의 균열과 남남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이 노리는 것이다. 문 정부는 이런 점을 명심해 확고한 원칙 하에 '접촉'에 임해야 한다. 그 원칙이란 어떤 일이 있어도 북핵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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