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하빈의 시와 함께] 연하카드

#연하카드

―황인숙(1958~ )

알지 못할 내가

내 마음이 아니라 행동거지를

수전증 환자처럼 제어할 수 없이

그대 앞에서 구겨뜨리네

그것은, 나의 한 시절이 커튼을 내린 증표

시절은 한꺼번에 가버리지 않네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물, 한 사물

어떤 부분은 조금 일찍

어떤 부분은 조금 늦게

우리 삶의 수많은 커튼

사물들마다의 커튼

내 얼굴의 커튼들

오, 언제고 만나지는 사물과 사람과

오, 언제고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는 중얼거리네 나 자신에게

그리고 신부님이나 택시운전수에게 하듯

그대에게

축, 1월!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문학과 지성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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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둘러앉아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 새해 소망을 적어 소망 항아리에 담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새 소망으로 무술년 새해를 맞이했다. 해가 바뀐다는 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한 시절이 가고 또 한 시절이 온다는 의미. 어쩌면 그것은 새해 새로운 기적의 탄생을 예고하는 일이 아닐까?

우주적 마음의 한 점인 개인의 마음은 해와 달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즉, 해가 뜨고 질 때, 달이 차고 이지러질 때 마음의 공명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 언제고 만나지는 사물과 사람의 아름다움에 공명하는 그대에게 우주적 시간의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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